경주 황리단길, 가을 바람에 강아지 발걸음이 가볍다

경주에 가자고 했을 때, 내 첫마디는 “황리단길은 강아지랑 괜찮을까?”였다. 사실 경주 하면 떠오르는 건 첨성대와 대릉원, 그리고 한옥 카페들이 늘어선 거리. 반려견과 함께 걷기엔 좁고 사람 북적이는 길이 아닐까 싶었는데, 주말 아침 일찍 도착한 우리는 그 편견을 금방 접었다.

가을 아침, 황리단길은 개와 산책하기 좋았다

경주 황리단길, 가을 바람에 강아지 발걸음이 가볍다

9시쯤 경주에 도착하니 햇살이 부드럽고 바람이 선선했다. 황리단길 입구에 차를 대고 보니, 사람들은 아직 붐비지 않아서 오히려 한적했다. 우리 강아지 ‘토리’는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 냄새를 맡느라 코를 땅에 박고 걸었다. 낙엽이 쌓인 길을 지나갈 때마다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한 번씩 고개를 들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폈다. 평소 낯선 곳에선 긴장하는 편인데, 이 날은 꼬리가 내내 올라가 있었다. 아마도 사람보다 나무와 돌담이 많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길 양옆으로 늘어선 한옥 카페와 공방들이 앤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곳이 제법 많았다. 우리는 점심쯤 한옥 마당이 있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토리는 테라스에 앉아 지나가는 다른 강아지들을 구경하며 꼬리를 흔들었다. 주인분이 “개는 마당에 자유롭게 두셔도 돼요”라고 말해줘서, 잠시 목줄을 풀어줬더니 마당 구석구석을 탐험하느라 바빴다. 돌아다니다가 돌계단에 코를 박고 멈칫하는 게 웃겼다.

주차와 길 선택, 소소하지만 중요한 팁

경주 황리단길, 가을 바람에 강아지 발걸음이 가볍다

황리단길은 주차가 골칫거리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우리는 ‘황리단길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다. 생각보다 널찍하고 요금도 저렴했지만, 주말 오후에는 만차가 될 수 있으니 아침 일찍 가길 추천한다. 길은 대체로 평탄해서 강아지가 걷기 좋았지만, 돌길이 간간이 있어서 발바닥이 약한 개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토리는 괜찮았지만, 옆에서 만난 시바견은 돌에 발을 내려놓길 꺼려 했다. 그럴 땐 길 중간중간 있는 흙길이나 잔디가 깔린 골목으로 돌아가면 좋다.

돌아오는 길, 가을 햇살에 지친 강아지

오후 3시쯤 차에 돌아왔을 때, 토리는 뒷좌석에서 벌써 코를 골고 있었다. 낙엽 냄새, 돌담 냄새, 낯선 강아지 냄새까지 맡느라 정신없었던 하루였을 거다. 차창 밖으로 천년 고도 경주의 하늘이 푸르렀다.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지금은 문을 닫은 대릉원 근처 숲길도 걷게 해주고 싶다. 가을이 가기 전에,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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