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전에 사는 친구가 “갑천 물가가 진짜 좋은데, 너희 강아지랑 꼭 와봐”라고 말했어요. 마침 주말에 날씨가 선선해지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서, 당장 차를 몰고 대전으로 향했죠. 대전 하면 과학 도시 이미지가 강했는데, 강아지와 함께 걷기 좋은 곳이 있다니 궁금하기도 하고요.
강아지가 반한 갑천의 풀내음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우리 강아지가 코를 땅에 대고 킁킁거리기 시작했어요. 갑천 옆 산책로는 생각보다 넓직했고, 잔디밭과 흙길이 섞여 있어서 발바닥에 자극이 덜한 느낌이었어요. 아이는 잔디밭에 코를 박고 굴러도 보고, 갑자기 멈춰서 바람에 날리는 은행잎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더라고요. 특히 물가 쪽으로 가자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물장구를 치려는 걸 간신히 붙잡았어요. 평소에 개울을 보면 참지 못하는 녀석인데, 갑천의 잔잔한 물결이 더 유혹했나 봐요.
산책로는 크게 두 갈래였는데, 하나는 강변 따라 쭉 이어지는 길, 다른 하나는 숲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었어요. 저는 강변 쪽을 택했는데, 벤치가 곳곳에 있어서 중간에 앉아 쉬기에 좋았어요. 사람들도 많지 않아서 리드줄을 짧게 잡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고, 가끔 마주치는 다른 반려견들과 인사할 때도 서로 여유가 느껴졌죠. 주차는 갑천 근처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는데, 평일 오후라 자리가 넉넉했고 요금도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다만 화장실이 좀 멀리 있어서, 물을 많이 먹인 후에는 미리 대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햇살과 바람이 만든 특별한 순간

한 시간쯤 걸었을까, 해가 기울면서 갑천 위에 노을이 비치기 시작했어요. 우리 강아지는 벤치 위에 앉아 조용히 물결을 바라보는데, 평소에는 항상 움직이던 녀석이 이렇게 가만히 있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감동적이었어요.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개의 털을 살랑살랑 흔들었고, 저는 그 순간이 너무 예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어요. 사실 반려견과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런 예상치 못한 정적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대전 갑천은 복잡한 도심 속에서도 자연과 함께 숨 쉴 수 있는 곳이었어요.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강아지는 창밖을 바라보다 곧바로 잠이 들었어요. 아마도 낮 동안 신나게 뛰어놀아서 피곤했나 봐요. 다음에는 갑천 상류 쪽도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전, 생각보다 반려견과 함께하기 좋은 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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