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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어느 일요일 아침이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친구가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청주 애견동반 카페 한 번 가볼래? 거기서 커피 한 잔 하고 경주 보문호로 떠나자”고 제안했다. 사실 나는 경주를 몇 번 갔지만, 반려견과 함께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우리 강아지 루이도 데려가기로 했다. 루이는 차 타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출발부터 꼬리를 흔들며 신나 했다.
청주 애견동반 카페에 도착했을 때, 루이는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바닥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인장이 준비해둔 작은 개방형 놀이 공간에서 루이는 다른 개들과 인사를 나누며 한참을 뛰어놀았다. 나는 테라스 자리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루이를 바라보며 한숨을 돌렸다. 이 카페는 주차장이 넉넉해서 차를 쉽게 댈 수 있었고, 사람도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래, 이렇게 시작하는 여행이야말로 반려견과의 완벽한 조합이구나 싶었다.

경주 보문호에서 만난 평화로운 순간
청주에서 경주까지는 차로 두 시간 반쯤 걸렸다. 루이는 중간에 창밖 풍경을 구경하다가 졸기도 하고, 가끔 내 손을 핥으며 “어디 가는 거야?”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보문호에 도착했을 때, 호수는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는데, 루이는 처음 보는 호수 냄새에 코를 땅에 대고 쉴 새 없이 킁킁거렸다. 특히 바람에 날려온 물풀 냄새에 꽂혔는지,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탐색했다.
나는 이 조용한 시간이 좋았다. 반려견이 햇살 아래서 꼬리를 흔드는 모습, 호수 위를 스치는 바람 소리, 그리고 멀리 보이는 고즈넉한 경주 시내. 주차는 보문호 주변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는데, 평일이라 자리가 넉넉했다. 루이는 산책 중간에 갑자기 멈춰 서서 나를 올려다봤는데, 마치 “여기 좋다, 더 걷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호수를 한 바퀴 더 돌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 마지막 한 잔
해가 저물 무렵, 경주를 떠나기 전에 보문호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청주 애견동반 카페 스타일의 작은 찻집을 들렸다. 거기서 따뜻한 허브차를 마시며 루이에게 간식을 줬다. 루이는 지친 기색 없이 내 무릎에 털썩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이 찻집은 반려견 전용 담요를 준비해줘서 루이가 편하게 쉴 수 있었다. 나는 이 여행이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반려견과 함께하는 일상의 연장선이라는 걸 실감했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루이는 깊이 잠들었다. 충북의 작은 카페에서 시작된 이 여행이, 경주 보문호의 평화를 선물해줬다. 다음엔 어디로 갈까? 루이와 함께라면 또 다른 곳도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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