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공기가 부쩍 서늘해지면서 문득 떠올랐다. “올가을엔 우리 강아지랑 꼭 여행 가자.” 평소엔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약속, 이번엔 제대로 지키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곳이 경남이었다. 잔뜩 쌓인 낙엽 위를 퐁퐁 걷는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기대는 숙소였다. 바로 경남 애견동반 펜션에 묵으면서,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까 싶어서다.
전주 한옥마을, 강아지랑 걷다
목적지는 분명 전주 한옥마을이었지만, 발걸음은 자연스레 경남 쪽으로 향했다. 경남까지 내려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며칠 전 지인이 추천해준 경남 애견동반 펜션이 너무 좋다는 말에 꽂혀서였다. 도착한 한옥마을은 예상보다 한적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관광객도 많지 않아 강아지와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우리 강아지는 처음 보는 기와집과 돌담길에 신이 났는지, 코를 땅에 대고 쉴 새 없이 냄새를 맡았다. 가끔 지나가는 다른 강아지와 인사할 때면 꼬리를 흔들며 반갑다고 껑충껑충 뛰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저절로 웃음이 났다. 주차는 한옥마을 입구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는데, 주말엔 복잡하다고 하니 평일 방문을 추천한다.

펜션 마당에서의 느린 시간
저녁이 되자 펜션으로 향했다. 예약한 곳은 마당이 널찍한 단독 펜션이었다. 들어서자마자 강아지는 마당 구석구석을 탐색하더니, 잔디 위에 뒹굴며 배를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아, 잘 왔구나”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방 안에는 반려견 전용 담요와 밥그릇, 심지어 간식까지 준비되어 있어 세심함에 감탄했다.
밤에는 마당에 작은 불을 켜고 차를 마시며 강아지와 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내 무릎에 털썩 주저앉아 코를 골기 시작했다. 평소 집에서는 잘 안 하는 행동인데, 낯선 공간에서도 편안함을 느꼈다는 증거였다. 이런 순간이 바로 여행의 묘미 아닐까.
마지막 산책, 그리고 아쉬움

떠나기 전 아침, 다시 한옥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해가 뜨기 전이라 안개가 자욱했지만, 오히려 운치가 더했다. 강아지는 지난번보다 더 익숙한 듯 앞서서 길을 안내했다. 가끔 돌담 틈새에서 나는 풀 냄새에 코를 박고, 지나가는 비둘기에게 짖기도 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계속 사진을 찍느라 정작 걷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강아지는 창밖을 바라보다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아마도 꿈속에서도 마당을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앞으로는 더 자주 강아지랑 떠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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