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시작된 바람, 속초 애견동반 펜션에서 만난 늦가을

사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경북이었다. 포항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우리 애들이랑 같이 바다 구경 가자”며 꺼낸 말에, 우리 집 똥강아지인 여름이(시고르자브종 7살)와 함께 차에 올랐다. 경북의 동해안을 따라 북으로 달리다 보니 어느새 강원도 경계를 넘어있더라. 바람이 제법 쌀쌀해지고, 길가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든 걸 보니 계절이 깊어졌다는 게 실감 났다. 그래, 이왕 이렇게 올라간 김에 속초 애견동반 펜션에서 하룻밤 묶고 가기로 한 건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바다 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던 오후

속초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세 시쯤이었다. 예약해둔 펜션은 청호동의 조용한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여름이가 바닥을 신나게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앞에 머물렀던 강아지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 게 느껴졌는지, 꼬리를 세우고 온 집안을 탐색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펜션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 집은 반려견 전용이라서 그래도 마음 편하게 오실 수 있어요”라고 말해주셨는데, 그 말 덕분인지 방 안의 냄새나 청소 상태까지 꼼꼼히 살피게 되더라. 다행히 군데군데 강아지 털 하나 없이 깨끗했다.

짐을 풀자마자 여름이를 데리고 숙소 앞 산책로로 나갔다. 펜션에서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바다가 있어서, 해변 모래 위를 맨발로 걷는 것처럼 여름이도 앞발로 모래를 파헤치며 즐거워했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뒤로 쭈-욱 물러나던 모습이 하도 귀여워서 폰 카메라를 꺼내들었지만, 정작 사진보다 그 순간을 눈에 담는 게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해가 지기 전에 강아지와 바다를 함께 걷는 이 여유, 경북에서 올라온 보람이 확실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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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따뜻하게, 여름이의 꿀잠 타임

밥을 먹으러 나가기 전에 펜션에서 준비해준 반려견 전용 담요를 깔아줬다. 여행 오기 전에 걱정했던 건 낯선 곳에서 잠을 설치지 않을까 하는 거였는데, 산책으로 체력이 방전된 여름이는 저녁 내내 제 담요 위에서 코를 골며 자더라. 이 펜션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방마다 현관 앞에 작은 울타리 공간이 따로 있어서, 사람이 잠시 나갈 때 강아지를 방 안에 혼자 두어도 안전하다는 점이었다. 밥 먹으러 나가는 동안에도 불안해하지 않고 잘 있었는지, 돌아와서 보니 그대로 자고 있더라.

속초에서 저녁은 역시 대게나 오징어순대 같은 게 유명하지만, 반려견과 함께 앉을 수 있는 식당을 찾는 게 쉽지 않아서 펜션 근처에서 포장해 와서 먹었다. 방 안에 작은 테이블이 있고 전자레인지도 구비되어 있어서, 포장 음식을 따뜻하게 데워 먹는 게 오히려 더 편했다. 여름이한테는 미리 챙겨온 간식을 조금씩 나눠주면서, 우리끼리 조용히 창밖으로 속초의 밤바다를 바라보며 맥주 한 잔 하는 게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아침에 눈 뜨니 창밖이 온통 회색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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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커튼을 열자 바다가 잔뜩 흐린 날씨로 시작하고 있었다. 여름이는 창가에 앉아 갈매기 소리가 날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 뒹굴뒹굴했다. 날씨가 안 좋아서 체크아웃 전까지는 숙소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베란다에 있는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여름이랑 같이 바다를 바라보는데, 비록 날씨는 흐렸어도 그 고요한 풍경이 오히려 더 여운이 남더라.

체크아웃하고 나서 속초 중앙시장을 잠깐 들렀는데, 다행히도 몇몇 가게 앞에 반려견을 묶어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여름이를 가게 밖에 잠깐 묶어두고 닭강정을 사는데,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더라.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강아지를 두고 장 보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결국 한 명은 가게 앞에서 여름이랑 같이 기다리고, 한 명만 장을 보는 걸로 했다. 그래도 여름이가 낯선 사람들에게 꼬리를 흔들며 잘 기다려줘서 고마웠다.

경북으로 내려오는 차 안에서 여름이는 뒷좌석에 있는 제 자리에서 곤히 잠들었다. 이틀 동안 참 잘 놀았다는 표정이었다. 속초 애견동반 펜션을 이렇게 늦은 계절에 처음 가봤는데, 사람이 붐비는 여름보다 오히려 차분하고 여유로워서 더 좋았다. 다음에는 가을 단풍이 절정일 때쯤 다시 와서, 설악산 쪽 산책로도 함께 걸어보고 싶다. 여름이랑 나랑, 둘 다 새로운 풍경을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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