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주말, 원래 계획은 강원도 바닷가였다. 짐도 다 싸두고 강아지 물놀이용 타월까지 챙겨놨는데, 새벽에 일기예보를 보니 동해안 쪽에 호우 특보가 떠 있는 게 아닌가. 차 키를 잡은 채 잠깐 멍하니 있다가, 발길을 남쪽으로 돌렸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이 광주였다. 사실 광주는 그동안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뜻밖의 휴식을 얻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광주 애견동반 카페에서 보낸 오후였다.
낯선 도시에서 찾은 반가운 쉼표
광주 시내에 들어서니 비가 그쳤다. 도로가 반짝반짝 젖어 있었고, 공기에는 흙 냄새가 섞여 있었다. 강아지는 차 안에서 코를 벌름거리며 창밖을 계속 쳐다봤다. 낯선 냄새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미리 검색해둔 광주 애견동반 카페 한 곳을 향해 천천히 차를 몰았다. 주차장이 넓다는 후기를 보고 갔는데, 실제로 가보니 입구부터 여유가 있었다. 대형견도 목줄만 하면 들어올 수 있다는 안내판이 반가웠다.
카페 안에 들어서자마자 강아지가 앞발을 들어 인사를 하듯 꼬리를 흔들었다. 직원분이 먼저 다가와 물그릇을 내어주셨다. 강아지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곧바로 창가 자리로 가서 널브러졌다. 바닥이 미끄럽지 않게 매트가 깔려 있어서 관절이 약한 아이도 편하게 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강아지는 제 발치에서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창밖으로는 젖은 나무들이 보였고, 카페 안에서는 잔잔한 재즈가 흘렀다. 그 순간만큼은 여행 계획이 틀어진 게 전혀 아쉽지 않았다.
강아지가 좋아한 건 사람보다 냄새였다
광주 애견동반 카페 중에서도 특히 넓은 야외 테라스가 있는 곳이었는데, 비가 갠 뒤라 흙 냄새가 진하게 올라왔다. 강아지는 테라스 난간 쪽으로 가서 코를 바닥에 대고 한참을 킁킁거렸다. 다른 손님의 반려견과 마주치면 서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인사를 나눴다. 격하게 짖는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보호자들끼리도 “몇 살이에요?” “여기 자주 오세요?” 같은 짧은 대화를 나누는데, 그게 참 편안했다.
실용적인 팁을 하나 적어보자면, 이 동네 카페들은 대부분 오전 11시 전후로 문을 여는데 주차 공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찬다. 저는 11시쯤 도착해서 여유롭게 주차했지만, 점심시간이 지나니 차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리고 테라스 자리는 강아지가 흥분을 잘하는 편이라면 안쪽 자리를 추천하고 싶다. 길가에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에 예민한 아이들이 간혹 있더라. 저희 강아지는 차 소리에는 둔감한 편이라 별문제 없었지만.

광주에서의 마지막 밤
해가 지고 나서는 시내 쪽으로 이동했다. 낮에 들렀던 광주 애견동반 카페 근처에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저녁 먹고 천천히 걸었다. 강아지는 하루 종일 낯선 곳에서 긴장했는지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그래도 코끝은 여전히 바빴다. 숙소로 돌아와 발을 닦아주고, 물을 한 사발 마시게 한 뒤 불을 껐다. 옆에서 새근새근 자는 소리를 들으니, 계획이 어긋난 여행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원래는 강원도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를 들려주려 했는데, 대신 광주의 빗소리와 카페 재즈를 들려준 셈이다. 다음에는 날씨를 좀 더 꼼꼼히 확인하고, 진짜 바다 쪽으로 다시 떠나보려 한다. 강아지가 모래사장에서 신나서 뛰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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