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월요일 아침에 창밖이 눈부시게 맑아졌다. 이런 날 집에 가만히 있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강아지 목줄부터 챙겼다. 원래는 가까운 동네 산책로나 한 바퀴 돌까 했는데, 발길이 영 안 떨어져서 서울 외곽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차에 올라타고 목적지를 검색하다가 예전부터 궁금했던 노원 애견동반 카페 하나를 발견했고, 그 근처에 애견 운동장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거다 싶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게 해주는 코스.
카페 문을 열자마자 달라진 표정
노원 애견동반 카페 안으로 들어서는데, 유리문 너머로 다른 강아지들이 보이자마자 녀석의 걸음이 확 빨라졌다. 목줄이 팽팽해질 정도로 앞으로 당기면서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실내는 생각보다 넓었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재질이라 강아지가 뛰어도 크게 미끄러지지 않았다. 테이블 간격도 여유 있어서 대형견이 지나다녀도 부딪힐 일이 없어 보였다.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녀석은 옆자리 시바견이랑 눈을 맞추더니 이내 낮게 끙끙거리며 놀자는 신호를 보냈다. 상대가 관심을 안 주니까 결국 내 발밑에 털썩 누워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괜히 웃겼다. 사장님이 강아지용 물그릇과 수건을 먼저 챙겨주셔서 이런 디테일이 반려인 입장에서는 참 고맙더라.

주차는 건물 뒤편에 두세 대 정도 자리가 있어서 평일 오전에는 여유롭게 댈 수 있었다. 다만 주말에는 일찍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장에서 보여준 진짜 얼굴
노원 애견동반 카페에서 나와 차로 십여 분 달리니 노원구 애견 운동장이 나왔다. 입구에서 목줄을 풀어주는 순간, 녀석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흙바닥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 나갔다. 귀가 뒤로 완전히 젖혀지고 입꼬리가 올라간 그 표정은 집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거였다. 다른 강아지랑 어울려서 원을 그리며 뛰는 걸 보는데, 나까지 절로 웃음이 났다.
운동장은 흙과 잔디가 섞인 바닥이라 발바닥에 무리가 덜 가는 편이었고, 한쪽에 작은 터널과 계단 같은 놀이 시설도 있었다. 그늘막이 몇 군데 있어서 사람이 앉아 쉬기도 괜찮았다. 다만 물은 따로 챙겨가는 걸 추천한다. 급수대가 있긴 한데 여름철에는 줄이 좀 생기더라.

한 시간 남짓 뛰게 하고 나니 녀석이 스스로 내 발치로 와서 앉았다. 더 놀고 싶은데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티가 역력했다. 억지로 더 뛰게 하는 것보다 스스로 멈출 줄 아는 게 기특했다. 목줄을 다시 채우고 차로 향하는 발걸음이 왠지 뿌듯했다.
서울을 떠나며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녀석은 뒷자리에서 곧바로 잠들었다. 창밖으로 스쳐 가는 서울의 빌딩 숲을 보면서, 이런 하루가 쌓여서 우리 사이가 더 단단해지는 거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노원 애견동반 카페와 애견 운동장을 한 번에 묶은 이 코스는 앞으로도 종종 재방문할 것 같다. 다음에는 북한산 쪽 산책로나 근교의 강변 카페를 목표로 삼아봐야겠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반려견과 함께 살기에 생각보다 쓸 만한 곳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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