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갑자기 하루 이틀 시간이 비어서 강아지와 무작정 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고 일단 서쪽으로 달렸는데, 어느새 창밖 풍경이 익숙한 전북의 들판으로 바뀌고 있었다. 원래는 대구 앞산 등산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가는 길에 하룻밤 묵을 곳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북 애견동반 펜션 쪽으로 발길이 돌아갔다. 늦가을 특유의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강아지는 창문 틈으로 코를 내밀고 내내 킁킁거리며 신이 나 있었다.
전북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다시 대구로
도착한 펜션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마당이 넓어서 목줄을 풀어주니 강아지가 한참을 뛰어다녔다. 낯선 곳인데도 금세 마당 구석구석을 누비며 냄새를 맡고, 잔디밭에 배를 대고 뒹굴기까지 했다. 평소엔 낯가림이 있는 편인데, 그날은 유독 들떠 있었다. 저녁엔 바비큐를 준비했는데, 고기 굽는 냄새를 맡더니 제 발밑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앉아 있는 게 참 우스웠다. 전북 애견동반 펜션은 처음 가본 곳이었는데, 주차 공간이 넉넉하고 마당이 넓은 곳을 고른 게 신의 한 수였다. 다만 밤에는 벌레가 좀 있어서 모기 기피제를 챙겨가는 걸 추천한다.
다음 날 아침, 서둘러 짐을 싸서 대구로 향했다. 앞산 등산을 하려면 일찍 출발하는 게 좋다고 해서 서둘렀는데, 강아지는 차 안에서도 내내 깨어서 창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앞산에서 만난 강아지의 표정
앞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을 때가 오전 아홉 시쯤이었다. 주차장은 이미 절반쯤 차 있었고, 등산객들 사이에 반려견을 데리고 온 사람들도 꽤 보였다. 코스는 무리하지 않고 완만한 길로 골랐다. 강아지는 처음엔 낯선 산길이 어색한지 몇 걸음마다 멈춰 서서 주변을 살폈는데, 십 분쯤 지나자 제법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낙엽이 수북한 길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가끔은 낙엽 더미에 코를 박고 한참을 뒤적이기도 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산길은 생각보다 정비가 잘 되어 있었지만, 일부 구간은 돌이 많아 미끄러울 수 있으니 발바닥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을 챙기면 좋겠다. 물론 우리 강아지는 신발을 싫어해서 그냥 맨발로 걸었지만, 끝까지 무리 없이 잘 따라와 줬다. 정상 근처에 도착하니 탁 트인 풍경이 펼쳐졌고, 강아지는 잠시 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가 이내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모르게 숨을 고르며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떠올린 것들
하산 길에 문득 전북 애견동반 펜션에서의 하룻밤이 떠올랐다. 마당에서 신나게 뛰던 강아지의 모습, 바비큐 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던 얼굴,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서둘러 짐을 싸던 나의 모습까지. 짧은 여행이었지만 강아지와 함께한 시간은 생각보다 길게 남는 것 같다. 앞산 등산로는 반려견과 걷기에 부담 없는 코스가 많아서, 다음에 다시 온다면 좀 더 긴 코스에 도전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북 여행을 마무리하며, 다음엔 강원도 쪽으로 발길을 돌려볼까 하는 마음이 슬며시 든다. 강아지와 함께 걷는 길은 언제나 조금 느리지만, 그 느림 덕분에 평소엔 지나쳤을 것들을 더 자세히 보게 되는 것 같다. 다음 여행지에서도 또 어떤 표정을 지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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