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가 보낸 사진 한 장이 내 발걸음을 경기로 이끌었다. 경기도 어느 산자락에서 찍은 단풍 사진이었는데, 그 아래 웃고 있는 강아지 표정이 너무 평화로워서 “우리도 가보자” 하고 충동적으로 차를 몰았다. 사실 대구 앞산은 예전에 한 번 갔던 곳이라 이번엔 경기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져서 겉옷을 챙기고, 반려견 ‘토리’의 등산화(사실은 방수 부츠)를 챙기는 데 열중했다.
산길에 들어서자, 토리의 귀가 쫑긋
경기도의 작은 산길은 생각보다 가파르지 않아서 반려견과 함께 걷기에 참 좋았다. 주차장에서 10분쯤 걸어 숲길에 들어서자, 토리의 귀가 바람을 타고 쫑긋 세워졌다. 낙엽 위를 발로 톡톡 치며 냄새를 맡는 모습이 영락없는 탐험가 같았다. 특히 한참 걷다가 만난 작은 계곡에서 토리가 발을 담그고 헤헤 거리는 모습을 보니, 이렇게 간단한 순간이 이렇게 큰 기쁨을 주는구나 싶었다. 주차는 산 입구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는데, 평일 오전이라 여유로웠지만 주말에는 자리가 빠르게 찬다고 하니 아침 일찍 가는 걸 추천한다.

숨 가쁜 오르막, 그리고 보상
중간쯤 올라서자 길이 조금 가팔라졌다. 토리는 숨을 헐떡이며 자꾸 내 발을 쳐다봤다. 평소엔 앞서가기 바쁜 녀석이 이렇게 느려지는 걸 보니 꽤 힘들었나 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던 토리가 정상 부근 바위에 올라서자마자 꼬리를 흔들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 모습에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났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서 가져온 간식을 꺼내 줬더니, 토리가 입에 물고 내 손을 핥았다. 이 순간을 위해 온 것 같다. 다만 산길에 나뭇가지가 많아서 강아지 발바닥을 보호해 주는 신발이나 보습제를 챙기는 게 좋을 것 같다.
내려오는 길, 평온한 발걸음

하산 길은 오를 때보다 더 여유로웠다. 토리는 지친 건지 아니면 만족한 건지 천천히 걸으며 이리저리 냄새를 맡았다. 중간에 만난 다른 반려견 보호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여기 참 좋죠?”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의 매력은 이런 예상치 못한 만남에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경기의 이 산은 대구 앞산처럼 웅장하진 않지만, 조용하고 아늑해서 마음의 쉼표를 찍고 싶은 날에 딱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토리는 뒷좌석에 벌러덩 누워 잠이 들었다. 가끔 발을 꿈틀거리며 산길을 다시 걷는 꿈을 꾸는 듯했다. 이번 여행은 짧았지만, 마음 한켠에 따뜻한 기억을 남겼다. 다음엔 다른 계절에 다시 와 보고 싶다. 아마 봄이면 진달래가, 여름이면 초록이 더 짙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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