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날씨 예보를 몇 번이나 들여다봤는지 모르겠다. 서울은 영하로 뚝 떨어졌다는데 강원은 눈 소식까지 들려왔으니,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말이었다. 사실 원래 계획은 전남 완도 애견 해변이었다. 여름에 못 가본 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연말에라도 밀어붙여볼까 했는데, 막상 짐을 싸려니 이 추위에 바닷바람을 맞히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더라. 그래서 방향을 확 틀었다. 강원 애견동반 펜션 중에 평소 눈여겨봤던 곳이 하나 있었거든. 강아지랑 같이 눈밭을 뛰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그날따라 간절했다.
눈 내린 아침, 강아지가 처음 보여준 반응
새벽 다섯 시에 출발해서 아침 일찍 펜션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발밑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났고, 우리 강아지는 그 소리에 잠이 확 달아난 얼굴이었다. 마당에 내려놓자마자 눈 위에 코를 박고는 한참을 킁킁거리더니, 이내 앞발로 눈을 휙휙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발짝 뛰더니 갑자기 몸을 낮추고 눈밭에 배를 대고 슬라이딩을 하는 거다. 그 모습을 보면서 헛웃음이 났다. 여름에 완도 바닷물에 배를 대던 그 자세 그대로였으니까. 결국 장소가 문제가 아니라 바닥재가 문제였던 거다. 이 녀석에게는 눈이든 모래든 그냥 신나는 재질일 뿐이었다.

펜션 마당은 생각보다 넓었고,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서 목줄을 풀어주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다만 진입로가 살짝 가파른 편이라 눈이 많이 온 날에는 겨울용 타이어를 챙기는 게 좋겠더라. 주차 공간은 건물 앞에 두세 대 정도 여유가 있었고, 짐을 옮기는 동선도 짧아서 강아지랑 같이 왔다갔다하기 편했다.
펜션 안에서 보낸 느긋한 오후
방 안에 들어서니 온돌이 미리 데워져 있었다. 창가에 앉아 있으면 소나무 숲이 바로 눈앞이라, 강아지가 창밖을 한참 동안 넋 놓고 바라봤다. 가끔 멀리서 새가 날아가면 귀가 쫑긋 서고, 다시 조용해지면 내 발치로 와서 코를 털어넣고 잠이 들었다. 이런 시간이 참 오랜만이었다. 평소에는 산책 나가고 밥 챙겨주고 하는 게 다였는데, 이날은 그냥 같이 멍하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강원 애견동반 펜션을 고를 때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게 사실 인테리어나 뷰가 아니라, 강아지가 실내에서 답답해하지 않을 구조인지다. 여기는 바닥이 미끄럽지 않고 방음도 어느 정도 되는 편이라 밤새 발소리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저녁에는 근처 편의점에서 산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강아지가 국물 냄새를 맡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결국 삶은 달걀 반쪽을 나눠주는 걸로 협상을 마쳤다.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여행의 실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완도로
이틀 동안 눈밭을 실컷 뛰게 해주고 나니, 이상하게 완도에 대한 미련이 더 선명해졌다. 겨울 강원도 좋았지만, 언젠가는 그 바닷바람을 다시 한번 이 녀석 코끝에 맡겨주고 싶다. 강원 애견동반 펜션은 계절마다 표정이 달라질 것 같아서, 다음엔 눈이 다 녹은 봄에 다시 와보려고 한다. 그때까지는 완도 애견 해변을 마음 한쪽에 접어두기로 했다. 계획이 미뤄진다고 여행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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