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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삼월인데도 아침저녁으로는 입김을 불어야 할 만큼 쌀쌀했다. 그런데 주말 일기예보에 ‘남부지방 포근함’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강아지 가방부터 꺼내 들었다. 우리 댕댕이가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걸 생각하니 따뜻한 바다 바람을 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경남 애견동반 펜션이었다. 사실 여수 향일암은 경남이 아니라 전남이지만, 경남 쪽에서 묵고 이동하기엔 그리 멀지 않더라. 아침에 일어나 여유롭게 차를 타고 한 시간 반쯤 달리면 도착하는 거리였다.
펜션에 짐을 풀자마자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우리 강아지가 발코니 난간 사이로 바다 냄새를 맡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그 넓은 하늘과 수평선을 보니, 여행을 잘 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펜션 주인아주머니께서 근처에 강아지와 걷기 좋은 길이 있다며 향일암을 추천해주셨다. “아침 일찍 가면 사람도 적고 바다가 정말 예뻐요”라는 말에, 우리는 다음 날 해가 뜨자마자 출발하기로 했다.
향일암 가는 길, 강아지 눈빛이 달라졌다

향일암 입구에 도착하니 아침 안개가 걷히면서 바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우리 강아지가 귀를 쫑긋 세우고 주변을 살폈다. 평소에는 낯선 곳에서 긴장하는 편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콧김을 쭉쭉 내뿜으며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아마 염분이 섞인 바닷바람이 기분 좋았나 보다.
향일암으로 오르는 돌계단은 생각보다 완만해서 강아지가 네 발로 오르기에 무리가 없었다. 다만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물을 먹이는 게 좋다. 나는 작은 접이식 물그릇을 챙겨왔는데, 계단 옆 평상에 앉아 쉴 때마다 강아지가 찰칵찰칵 물을 마시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대견했다. 등산을 함께하는 기분이랄까. 평소에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만 타던 녀석이, 이렇게 자연 속에서 제 발로 걷는 모습을 보니 우리도 좀 더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 위에서 바라본 풍경과 그녀석의 표정
정상 부근에 다다르자 향일암의 상징인 커다란 바위와 그 위에 세워진 암자가 보였다. 바다 쪽으로 난 전망대에 서니 발아래로 푸른 물결이 펼쳐져 있고, 멀리 오동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우리 강아지도 난간 너머를 바라보며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는 걸까. 아마 개의 눈에는 사람과 다른 세상이 보이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같이 감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향일암은 오전 7시부터 개방되는데 일출 시간대가 가장 여유롭다. 우리는 오전 8시쯤 도착했는데도 사람이 많지 않아서 강아지가 자유롭게 냄새를 맡으며 다닐 수 있었다. 또 향일암 입구 매표소 옆에 간단한 음료를 파는 곳이 있으니, 사람이 마실 커피 하나 사 들고 올라가도 좋다. 다만 반려견은 매점 안에는 들어갈 수 없으니, 밖에 있는 벤치에서 마시는 걸 추천한다.
돌아오는 길, 펜션에서의 마지막 저녁
향일암에서 내려와 펜션으로 돌아오니 오후 두 시쯤 되었다. 강아지가 계단을 오르내린 탓에 금방 지쳐서 거실 매트 위에 퍼져 자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저녁이 되자 다시 활기를 되찾아 펜션 마당에서 공놀이를 했다. 전용 마당이 있는 경남 애견동반 펜션을 고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바람이 제법 선선하게 불어와서, 우리는 강아지와 함께 마당에 앉아 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짐을 싸면서 강아지에게 “다음엔 어디로 갈까?”라고 물어보니 녀석이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봤다. 아마 대답 대신 다음 여행을 기대하는 눈빛이었을 것이다. 이번 향일암 산책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단순히 풍경을 보는 기쁨보다 함께 걷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 것이었다. 이제 봄이 한창 무르익을 테니, 다음 주말에는 또 다른 바닷가 마을을 찾아가야겠다. 그때는 이번보다 더 긴 산책길을 준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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