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가을, 강아지와 함께 숨 쉬는 날

11월 첫째 주, 날이 유난히 맑았다. 아침에 창문을 열자마자 ‘오늘은 어디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계획은 경기도 쪽 수목원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도를 뒤적이다 경북에 있는 한 수목원이 눈에 들어왔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는 문구에, 마침 주말에 시간이 맞기도 했고,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가을 하늘이었다.

강아지 발이 흙을 밟는 소리

그 수목원에 도착했을 때, 주차장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주차 공간이 넉넉해서 큰 짐을 내리고 강아지 목줄을 채우는 데에도 여유가 있었다. 우리 집 강아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닥에 코를 대고 열심히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아마 전에 왔던 강아지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나 보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앞장서서 걷는 모습이 왠지 자신감 있어 보였다.

수목원 안으로 들어서자,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주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살랑살랑 흩날렸는데, 강아지는 그걸 보고 신난 듯이 따라 뛰었다. 가끔은 낙엽을 입으로 물어 흔들다가, 이내 내게 달려와 발치에 내려놓기도 했다. 마치 ‘이거 봐, 나도 하나 찾았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흙길과 개울가, 그리고 조심할 점

수목원 곳곳에는 흙길과 자갈길이 번갈아 나왔다. 강아지가 걷기에는 흙길이 훨씬 편해 보였다. 발바닥이 자갈에 닿을 때마다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흙길로 돌아와서는 느긋하게 걸었다. 길 중간중간에 작은 개울도 흐르고 있었는데, 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냥 지나쳤다. 대신 개울가 풀숲에 코를 박고 한참을 킁킁거렸다.

경북의 가을, 강아지와 함께 숨 쉬는 날

반려견 동반 시에는 몇 가지 신경 쓸 점이 있었다. 수목원 입구에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 목줄은 필수였고, 일부 온실이나 전시관은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다행히 대부분의 산책로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서 아쉽지 않았다. 화장실은 입구 근처에 하나 있었는데, 강아지 전용 배변 봉투함은 따로 없었다. 그래서 미리 챙겨 간 봉투를 썼다. 이런 건 사전에 확인하고 오는 게 좋겠다 싶었다.

돌아오는 길, 그리고 다음을 약속하며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천천히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강아지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혀를 빼꼼 내밀고 차 문 앞에 주저앉아서 나를 올려다봤다. 핸들을 잡으며 뒤를 보니, 벌써 뒷좌석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가끔 꿈을 꾸는 듯 다리가 실룩거렸다.

이번 여행은 특별히 큰 볼거리나 화려한 액티비티가 없었지만, 그게 오히려 좋았다. 사람도 많지 않아서 강아지와 조용히 산책하며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경북의 이 수목원은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마 봄에 다시 오면, 또 다른 꽃길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태그: 경북 가을 여행, 반려견 동반 수목원, 강아지와 산책, 가을 단풍, 반려동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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