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서 마음이 바빠졌다. 평소엔 동네 산책으로 만족하던 우리 댕댕이 ‘토리’가 문득 더 넓은 걸 보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창밖으로 바람이 스치면 귀를 쫑긋 세우고, 낯선 냄새가 문틈으로 들어오면 코를 벌름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그 시선. 결국 주말을 잡아 강원도로 향하기로 했다. 목적지는 설악산. 하지만 나는 게으른 반려인이라 당일치기는 절대 무리. 그래서 먼저 경북 쪽에 자리 잡은 경북 애견동반 펜션 하나를 예약하고, 거기서 하루 묵으며 천천히 설악산 코스를 탐색하기로 했다.
펜션 도착, 토리의 첫인상
경북 쪽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산세가 험해지고 공기가 확 달라졌다. 펜션에 도착했을 때 토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마당이 널찍한 펜션이었는데, 잔디밭이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토리는 처음엔 낯선 냄새에 긴장한 듯 꼬리를 내렸지만, 잠시 후 바닥에 코를 박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주차장에서 펜션 현관까지 가는 길, 토리는 풀숲에 코를 박고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이 우스워서 나도 같이 웃으며 기다려줬다. 펜션 사장님께서 반려견 동반 손님이 많다고 하셨고, 방 안에는 작은 담요와 물그릇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런 세심함이 참 고마웠다.
설악산 입구, 강아지와 함께 걷는 길
다음 날 아침, 펜션에서 설악산까지는 차로 30분이 채 안 걸렸다. 도착하니 공기가 차갑고 맑았다. 우리는 비교적 완만한 코스를 골랐다. 토리는 처음엔 리드줄을 세게 당기며 앞서가려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깔린 낙엽과 돌멩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특히 개울가 근처에선 발을 멈추고 물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주변에 다른 등산객들도 몇 분 계셨는데, 대부분 강아지를 보면 웃으며 “귀엽다”고 말해줬다. 중간쯤 올라가니 토리가 발걸음이 느려졌다. 나는 그늘에 앉아 물을 먹이고, 토리는 내 무릎에 턱을 얹고 잠시 쉬었다. 그 순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토리의 숨소리만 들렸다. 반려견과 함께라면 이런 작은 순간도 특별해진다.

돌아오는 길, 마무리 생각
내려오는 길은 좀 더 여유로웠다. 토리는 지친 듯 발걸음이 느렸지만, 꼬리는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차에 오르자마자 뒷좌석에서 곯아떨어졌다. 저런 표정을 보면 여행이 성공한 게 맞다. 펜션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마당에서 토리와 별을 보며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사실 설악산 등산 자체보다도, 그날 밤 펜션 마당에서 토리가 내 품에 안겨 잠든 기억이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우리 반려견에게도, 나에게도 이 여행은 바쁜 일상 속에서 숨 쉴 틈을 준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더 긴 코스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때도 이 펜션에 다시 묵을까, 벌써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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