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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바람이 제법 차가워진 늦가을이었어요. 송도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본 바다는 잔잔했고, 그 아래로 펼쳐진 송도 애견 운동장은 멀리서 봐도 푸르른 잔디가 눈에 띄더라고요. 사실 이번 부산 여행은 처음부터 계획된 건 아니었어요. 주말에 갑자기 날씨가 좋아진다길래,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부산 애견동반 펜션을 급하게 알아봤거든요. 아이랑 같이 바다 바람 쐬러 가고 싶다는 말에 남편이 바로 차를 몰았어요.
잔디 위에서 펼쳐진 아이의 자유
도착해서 운동장 문을 여는 순간, 우리 아이는 가죽 끈을 잡아당기며 꼬리를 흔들었어요. 평소엔 얌전한 편인데, 잔디밭을 보자마자 앞발을 쭉 뻗고 엎드렸다가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더라고요. 몇 바퀴를 도는지, 바람을 가르는 귀가 뒤로 젖혀진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웃었어요. 다른 견주분들도 다들 웃고 계셨고, 어떤 시고르브 종 아이는 우리 아이한테 먼저 다가와 코를 맞대고 인사하더라고요.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오랜만이라 그런지, 저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운동장 한쪽에는 간단한 음료를 파는 자판기와 그늘막이 있어서, 잠시 쉬면서 아이에게 물을 먹일 수 있었어요. 주차장이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짐을 꺼내기도 편했고요. 다만, 주말 오후에는 견주분들이 꽤 많아서 조금 북적였어요. 아침 일찍 오는 게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도 다음에 오면 해 떠오르는 시간에 맞춰 와야겠어요.
저녁엔 펜션에서, 아이는 내 옆에서
해가 지고 나서 우리는 예약해 둔 부산 애견동반 펜션으로 이동했어요. 송도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던 곳이었는데, 방에 들어서자마자 아이가 침대에 폭 하고 엎드리는 거예요. 아무래도 운동장에서 신나게 뛴 게 피로로 남은 모양이에요. 저녁은 펜션 앞 작은 마당에서 바베큐를 했는데, 아이는 그 옆에서 누워 있다가 냄새를 맡고 슬금슬금 다가오더라고요. 제가 고기 한 점을 집어 주니 꼬리를 흔들며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어요.

펜션 주인분이 친절하게 근처 산책로도 알려주셔서, 다음 날 아침엔 바닷가를 따라 천천히 걸었어요. 아이가 모래에 발을 담그는 걸 처음엔 어색해하더니, 몇 걸음 걷고 나서는 파도를 보고 짖으며 좋아했어요. 이렇게 느긋하게 아이랑 시간을 보낸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여행 내내 ‘아, 이래서 부산 애견동반 펜션을 찾는구나’ 싶었어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 바라보며 하루를 채우는 게 이렇게 힐링이 될 줄이야.
다시 돌아가는 길, 벌써 다음을 꿈꾸며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뒷좌석에 누워 곤히 잠들었어요. 가끔 꿈을 꾸는지 발발이를 움직이더라고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다음엔 어디로 갈까, 혼자 상상해 봤어요. 속초도 좋고, 강릉도 좋겠지만, 아마 또 부산 바다가 생각날 거예요. 그 바람과 잔디 내음이 좋아서요. 부산에서의 이틀은 짧았지만,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은 길고 진하게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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