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갑작스러운 일정으로 경남 쪽을 다녀올 일이 생겼습니다. 대구에 볼일이 있어 들렀다가 그대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오후에는 아예 장대처럼 쏟아지더군요. 차 안에서 대기하던 우리 강아지가 답답했는지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길래, 이왕 내려온 김에 평소 버킷리스트에 있던 대구 앞산이라도 한번 가보자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비에 산을 오르는 건 무리라는 판단이 섰고, 발길을 돌려 경남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우연히 발길이 닿은 곳에서 경남 애견동반 펜션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여행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을 때 더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요.
비를 피해 찾은 앞산, 그리고 강아지의 반응
다음 날 아침, 다행히 비가 그쳐서 전날 못 갔던 대구 앞산 자락을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앞산은 반려견과 산책하기 좋은 코스가 꽤 많기로 유명하죠.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강아지는 코를 바닥에 거의 붙이다시피 하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흙 냄새와 풀 냄새가 섞인 축축한 공기가 강아지에겐 꽤 흥미로웠던 모양입니다. 평소 산책할 때는 금방 지쳐 하던 녀석이 이날만큼은 리드줄을 팽팽하게 당기며 앞장서더군요.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잠시 멈춰 섰는데, 등산화를 신지 않은 저를 한참 올려다보더니 다시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났습니다. 주차는 앞산공원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는데,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자리가 꽤 넉넉했던 편입니다. 다만 산책로 일부 구간은 계단이 꽤 가파르니, 관절이 약한 아이와 함께라면 완만한 순환로 쪽을 택하는 게 낫겠더군요.
경남으로 넘어가며 들른 쉼터
앞산 산책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오르니 오후 두 시쯤이었습니다. 대구에서 경남으로 넘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들판 풍경이 꽤 평화로웠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바로 이 이동 시간이었어요. 목적지에 도착하면 강아지와 함께 뛰어놀 생각에 설레기도 했고요. 경남 애견동반 펜션에 도착했을 때, 우리 강아지는 낯선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마당을 한 바퀴 신나게 뛰더니 잔디 위에 배를 깔고 드러누웠습니다. 차 안에서 꽤 오래 갇혀 있었으니 그만큼 해방감이 컸나 봅니다. 펜션 사장님은 강아지가 짖지 않는지, 다른 손님과 부딪히지 않는지 세심하게 살펴주셔서 반려인으로서 꽤 안심이 되었습니다. 다만 마당에 작은 돌이 몇 개 있어서, 발바닥이 예민한 아이들은 잠깐 신발을 신겨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의 마무리, 그리고 다음 목적지
이번 경남 여행은 계획 없이 떠난 덕에 오히려 더 여유로웠습니다. 대구 앞산에서 시작해 경남의 조용한 펜션까지, 강아지와 함께한 이틀은 짧았지만 꽤 알찼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곤히 잠든 강아지의 얼굴을 보며, 다음엔 남해 쪽 바닷가 펜션으로 가보자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바다 냄새를 처음 맡는 날, 이 녀석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여행은 끝나자마자 다음 여행을 꿈꾸게 하는 힘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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