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애견동반 펜션에서 시작된 여수 향일암 강아지 산책, 그 솔직한 기록

지난주 초, 갑자기 밀려온 업무 스트레스를 풀 겸 겸사겸사 짐을 쌌다. 원래는 남해 쪽으로 바로 내려가려 했는데, 아침부터 하늘이 심상치 않게 흐리더니 세종에 도착할 즈음에는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발길을 돌려 세종 애견동반 펜션에 짐을 풀고 창밖을 보는데, 빗소리가 오히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혀 주더라. 첫날은 무리해서 움직이지 말자 싶어 펜션 마당에서 우리 강아지랑 한참을 뒹굴며 보냈다. 평소엔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녀석인데, 비 오는 날의 조용한 펜션 마당은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코를 씰룩이며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다녔다.

비 오는 날의 세종, 그리고 여수로 향하는 길

다음 날 아침,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떴다. 어제의 비가 무색하게 날이 활짝 개었길래 바로 여수로 방향을 틀었다. 세종에서 여수까지는 꽤 먼 거리지만,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러 강아지랑 스트레칭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천천히 달리니 그 자체로도 좋은 드라이브 코스였다. 향일암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두 시쯤이었는데, 주차장이 생각보다 넓어서 주차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됐다. 다만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일찍 도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량이 제법 많았다.

세종 애견동반 펜션에서 시작된 여수 향일암 강아지 산책, 그 솔직한 기록

향일암 계단 앞에서 만난 강아지의 표정

향일암은 이름 그대로 해를 향해 있다는 뜻을 가진 암자다. 입구부터 이어지는 돌계단을 보며 잠시 망설였다. 우리 강아지가 계단을 잘 오르긴 하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아서 혹시나 무리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런데 웬걸, 첫 발을 딛는 순간부터 녀석의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계단 옆으로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 냄새를 맡으며 앞장서서 올라가더라. 중간중간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는 눈빛이 마치 “빨리 와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바위 틈에 핀 야생화를 보고는 코를 박고 한참을 냄새 맡느라 꼬리를 흔들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다만 계단 중간에 설치된 안전 펜스 사이로 강아지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리드줄을 짧게 잡는 게 안전하다.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세종 애견동반 펜션에서의 하루, 다시 떠올리며

세종 애견동반 펜션에서 시작된 여수 향일암 강아지 산책, 그 솔직한 기록

향일암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문득 어제 묵었던 세종 애견동반 펜션이 떠올랐다. 넓은 마당과 조용한 환경 덕분에 강아지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고, 무엇보다 사장님이 반려견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편안하게 머물 수 있었다. 여수까지 내려오는 길에 잠시 들렀던 세종 애견동반 펜션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강아지와 함께하는 여행의 시작점 같은 곳이었다. 다음에 세종에 다시 간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해 질 녘 향일암 아래 바다를 바라보며 강아지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 녀석은 지친 기색 없이 파도 소리를 향해 코를 내밀고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먼 길을 달려온 것 같다. 여수 향일암은 강아지와 함께 걷기 좋은 곳이지만, 계단이 많고 바닥이 거친 구간도 있으니 발바닥 상태를 중간중간 확인해 주는 게 좋다. 또한 암자 내부에는 출입이 제한된 구역이 있으니 안내판을 미리 살피는 걸 추천한다. 다음 목적지는 남해의 한려해상국립공원 쪽으로 잡아볼까 한다. 강아지와 함께 걸을 수 있는 해안 산책로가 많다고 들었으니, 또 한 번 짐을 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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