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으로 내려가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푸른 들판을 보며 꼬�미가 앞자리에서 꼬리를 흔들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우연히 시작됐다. 평소엔 서울 근교만 맴돌다가, “이번엔 좀 멀리 가보자”는 말에 덜컥 예약한 전남 애견동반 펜션 덕분이었다. 펜션 주인장이 “광안리도 가까우니 산책시키기 좋아요”라고 귀띔해줘서, 우리는 첫날 오후 곧장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에 도착했을 때 꼬꼬미는 처음 보는 모래에 잠시 멈칫했다. 발이 푹푹 빠지는 게 낯선지, 뒷발로 땅을 긁으며 나를 쳐다봤다. 그러다 파도 소리가 들리자 귀를 쫑긋 세우고, 천천히 다가가더니 발끝에 닿는 물보라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몇 분쯤 지나자 용기가 났는지, 이제는 물가를 따라 신나게 뛰어다니며 젖은 모래 위에 발자국을 찍기 시작했다.
광안리 해변은 반려견과 함께 걷기에 참 좋았다.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 오후라서 여유롭게 리드줄을 늘려줄 수 있었고,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서 강아지도 사람도 지치지 않았다. 다만 주차장이 해변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짐이 많다면 미리 짐을 내리고 주차하는 게 낫다. 나는 꼬꼬미를 안고 5분 정도 걸었는데, 운동화를 신길 잘했다 싶었다.
펜션에서의 첫 저녁, 그리고 작은 발견
해변 산책 후 펜션으로 돌아오니 꼬꼬미는 바로 방바닥에 드러누워 배를 보였다. 긴장이 풀렸는지, 코를 골며 곤히 자더라. 전남 애견동반 펜션은 마당이 널찍해서 저녁에 다시 한 번 산책을 나갔다. 펜션 주변엔 작은 동산이 있어서, 강아지가 풀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걷는 모습이 평화로웠다. 저녁에는 펜션에서 준비한 개별 바비큐를 즐기면서, 꼬꼬미가 내 무릎에 털썩 앉아 간식을 구걸하던 그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었더니 바다 내음이 방 안 가득 들어왔다. 꼬꼬미는 벌써 문 앞에 앉아 꼬리를 흔들며 나를 기다렸다. 우리는 또 한 번 해변으로 향했고, 이번엔 아침 산책하는 사람들과 반려견들이 몇 팀 더 있었다. 서로 인사하며 지나가는 모습이 왠지 동네 이웃 같아서 정겨웠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잠든 꼬꼬미를 보며 생각했다. 여행이란 게 꼭 멀리 가는 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새로운 바다를 보여주고, 모래 위에서 맘껏 뛰어놀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선물이구나. 다음엔 순천만이나 여수 쪽도 한번 가볼까? 아마 그때도 꼬꼬미는 또 다른 표정을 보여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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