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끝나갈 무렵, 친구가 전북에 있는 펜션을 추천해줬다. “거기 마당이 엄청 넓고, 근처에 산책로도 있어”라는 말에 혹해서 주말에 바로 달려갔다. 사실 광주에서 전북은 그리 멀지 않아서, 차로 한 시간 반이면 충분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논과 산등성이를 보면서 ‘이번엔 좀 색다른 곳이겠다’는 기대가 들었다.
펜션 마당에서 만난 가을 햇살
도착하자마자 반긴 건 커다란 잔디 마당이었다. 우리 강아지 ‘또봉이’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코를 바닥에 대고 냄새를 맡더니, 갑자기 마당을 한 바퀴 달리기 시작했다. 보통 낯선 곳에서는 경계하는 편인데, 여긴 뭔가 편했는지 꼬리를 흔들며 풀숲을 헤집고 다녔다. 펜션 주인 아주머니가 “여기 잔디는 농약 안 쳤으니 걱정 마세요”라고 말해줘서 더 안심됐다. 마당 한쪽엔 감나무가 있었고, 바닥에 떨어진 감을 또봉이가 물고 와서 나를 웃게 했다.
펜션 내부는 아늑했다. 나무 냄새와 난방이 잘 된 온기가 반겨줬고, 거실 바닥은 강아지 발톱에 미끄럽지 않은 원목 마루였다. 주차장은 펜션 바로 앞에 3~4대 정도 댈 수 있었는데, 좁은 시골길이라서 SUV로 오면 조심해야 한다. 나는 작은 경차라서 편했지만, 옆에 도착한 투싼 차주가 고생하는 걸 봤다.
산책로에서 만난 첫 산
다음 날 아침, 펜션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둘레길로 산책을 나갔다. 전북 특유의 완만한 산자락이 펼쳐진 곳이었는데, 또봉이는 처음 보는 산의 높이에 잠시 멈칫했다. 평소 아파트 단지에서만 걷다가 갑자기 넓은 하늘과 층층이 쌓인 산 능선을 보니 신기했나 보다. 한참을 서서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나를 쳐다보고는 앞발로 땅을 긁기 시작했다. “가자”는 신호였다.
길은 흙길이라 강아지 발바닥에 부드러웠고, 군데군데 단풍잎이 떨어져 있어서 또봉이가 그 위를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중간에 개울이 하나 있었는데, 또봉이가 물을 무서워하는 편인데도 발을 담그고 놀았다. 아마 공기가 너무 맑아서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반려인으로서 이런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주인은 개가 자연 속에서 편안해하는 모습을 볼 때, 모든 게 괜찮아진다.

저녁 식사와 따뜻한 밤
펜션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준비했다. 주방이 깔끔하게 갖춰져 있어서 간단히 전복죽을 끓였는데, 또봉이는 냄비 뚜껑이 열리는 소리만 들어도 부엌으로 달려왔다. 밥을 먹고 나서 펜션 앞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자니, 별이 엄청 많았다. 광주에서는 보기 힘든 별하늘이었다. 또봉이는 내 무릎에 앉아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아마 “여기 좋다”는 생각일 거라고 믿는다.
다음 날 아침, 떠날 준비를 하면서 또봉이가 마당 한쪽을 계속 쳐다보는 게 마음에 걸렸다. 차에 태우려고 하니까 뒷발로 버티기까지 하더라.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나는 다음에 또 오자고 약속했다. 전북은 광주에서 가깝고, 반려견과 함께할 공간이 많다는 걸 알게 된 여행이었다. 이번 가을, 우리 강아지에게 처음으로 산을 보여준 펜션.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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