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도착한 첫날. 공항을 나서자마자 맞닥뜨린 제주 특유의 바람이 반가웠다. 우리 집 말티즈 ‘콩이’는 바람에 귀가 살짝 날리자 신기한 듯 코를 벌름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사실 이번 여행의 계기는 단순했다. 오랜만에 시간이 맞아서, 그리고 콩이랑 처음으로 제주 땅을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기 때문이다. 미리 검색해둔 수목원이 하나 있었는데,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는 소식에 마음이 급히 기울었다.
바람과 나무 사이로
찾아간 수목원은 생각보다 한적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지 않고, 입구에서 직원분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강아지랑 들어가실 땐 목줄 꼭 해주시고, 다른 분들께 양해 부탁드려요.”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콩이는 평소 산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곳의 흙길을 처음 밟자마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앞서 걷기 시작했다. 나무 그늘 아래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서인지, 평소처럼 끌려 다니지 않고 오히려 나를 이끄는 기세였다.
길 양옆으로는 제주 특유의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늘어서 있었고, 군데군데 돌담이 정겹게 자리 잡고 있었다. 콩이가 갑자기 멈춰 서서 풀 한 포기를 킁킁거리길래 봤더니, 작은 들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뒤로 펼쳐진 푸른 하늘이 예술이었다. 이런 순간에 반려견과 함께라서 더 좋았다. 혼자였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풍경이, 콩이의 호기심 덕분에 한참을 머물게 됐다.
주차와 작은 배려들

입구에 주차장이 넉넉해서 차를 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신경 쓸 점은, 수목원 내부에 음식점은 반려견 출입이 제한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리 간식과 물을 챙겨왔다. 벤치에 앉아 콩이랑 나란히 쉬면서 바람을 쐬는데, 옆에 앉은 중년 부부가 “강아지 참 얌전하네요”라며 웃어주셨다. 콩이는 그 말에 더 의기양양해진 듯 꼬리를 흔들었다. 이런 작은 대화조차 여행의 기쁨이었다.
수목원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어느덧 두 시간이 흘렀다. 콩이는 발걸음이 조금 느려졌지만, 그래도 끝까지 걷겠다며 앞장을 섰다. 마지막 길목에서 만난 연못가의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물속에 비친 하늘과 구름, 그리고 콩이의 작은 얼굴이 함께 담긴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제주 바람이 다시 한 번 불어와 머리칼을 흩트렸다.
돌아오는 길, 콩이는 차 안에서 골아떨어졌다. 꿈속에서도 걷는 건지 발바닥을 살짝 움직이더라.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다른 수목원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는 반려견과 함께하기 참 좋은 곳이구나. 그날의 바람과 나무, 그리고 콩이의 꼬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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