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향하는 비행기 창밖으로 한라산 자락이 보이기 시작하면 괜히 마음이 먼저 풀어진다. 이번 여행은 늘 그렇듯 강아지와 함께였다. 몇 해 전부터 제주 애견동반 펜션을 한 곳씩 찍어두듯 다녀왔는데, 이번엔 숲과 들판이 가까운 조용한 곳으로 골랐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불어오는 바람이 육지와 다르게 축축하고 부드러워서, 차창을 조금 열어두니 강아지가 코를 씰룩이며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었다.
초록 들판에서의 첫날
펜션에 도착하니 마당 너머로 낮은 돌담과 유채밭이 이어져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강아지가 앞발로 땅을 몇 번 구르더니 이내 들판 쪽으로 달려가더라. 목줄이 팽팽하게 당겨질 만큼 힘껏 뛰었는데, 발끝에 잔디가 닿는 감촉이 낯선지 몇 걸음마다 멈춰 서서 발을 들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결국엔 풀밭 한가운데에 배를 대고 누워서 뒹굴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한참을 웃으며 지켜봤다. 숙소 앞마당이 넓고 잔디가 잘 관리되어 있어서 목줄을 조금 풀어줘도 될 만큼 여유가 있었다. 다만 돌담 틈으로 고양이가 지나다니는 곳도 있으니 첫날엔 주변을 한 번 둘러보는 게 좋겠다.

비 오는 날의 숲길 산책
둘째 날엔 제주 특유의 스콜이 왔다. 잠깐 그칠 줄 알았는데 한 시간 넘게 쏟아져서 산책을 포기할 뻔했는데, 펜션 사장님이 근처 숲길이 비 온 뒤에 더 좋다고 알려주셨다. 우비를 챙겨 입고 나가보니 정말 나무 향이 확 올라오고 흙길이 촉촉하게 눌려서 발이 편했다. 강아지는 물웅덩이를 하나하나 피해 다니더니, 결국 한 곳에 발을 담그고는 멈춰 서서 나를 쳐다봤다. 물이 차가운지 발을 번쩍 들었다 내리는 게 우스웠지만, 그냥 지나가자 이번엔 물장구를 치며 따라왔다. 비 오는 날엔 수건을 두 장 챙기면 좋다. 숙소 들어와서 발 씻기고 한 장은 몸 닦는 데 쓰면 되니까. 그리고 이 동네 숲길은 저녁 무렵엔 조명이 거의 없어서 해 지기 전에 돌아오는 걸 권하고 싶다.
마당에서 보낸 마지막 밤

마지막 날 밤엔 마당에 놓인 평상에 앉아 별을 봤다. 강아지는 옆에서 꼬리를 살랑이며 내 무릎에 턱을 얹고 있었는데, 사흘 내내 뛰어다닌 게 피곤했는지 금세 코를 골았다. 이번에 묵은 제주 애견동반 펜션은 대형견도 받아줘서 선택한 곳이었는데, 실제로 마당이 넓고 숙소 내부 바닥이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이라 만족스러웠다. 주차 공간도 차 두 대는 여유 있게 댈 수 있었고, 무엇보다 사장님이 강아지 이름을 기억하고 챙겨주시는 게 인상적이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편의점이 걸어갈 거리가 아니라는 정도인데, 이건 제주 어디를 가도 비슷한 것 같다.
사흘은 짧았다. 떠나는 날 아침에도 강아지는 마당 한 바퀴를 돌고서 차에 올랐다. 창밖으로 들판이 멀어지는 걸 한참 보다가 이내 잠이 들었는데, 그 옆모습이 괜히 뿌듯했다. 다음엔 더 서쪽으로 가서 바다를 끼고 있는 마을에서 며칠 묵어볼까 한다. 제주 애견동반 펜션은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으니 계절마다 다른 곳을 골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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