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에 살면서도 대천이 이렇게 가깝다는 걸 매번 잊어요. 지난주 금요일, 갑자기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아, 오늘 바람 쐬러 가야겠다” 싶더라고요. 평소엔 주말에나 계획을 세우는데, 그날따라 오후에 일이 끝나자마자 강아지랑 차에 올랐어요. 세종에서 대천까지는 고속도로 타고 1시간도 안 걸리더라고요. 창문을 조금 내리니까 강아지가 코를 내밀고 바람을 맞는데, 그 표정이 꼭 “어디 가는 거야?” 하는 것 같았어요.
모래사장 위의 발자국
해변에 도착하니 해가 막 지려는 참이었어요. 사람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좋았어요. 강아지를 줄에서 풀어주자, 처음엔 낯선 모래 밑에 발을 조심조심 내딛더라고요. 몇 걸음 걷다가 갑자기 신난 듯이 뛰기 시작했어요. 뒷발로 모래를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이 꼭 어린아이처럼 순수했어요. 저도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어보니, 차가운 모래 알갱이가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었어요. 바다 냄새가 코를 찌르고,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데 왠지 모든 게 괜찮아지는 기분이었어요.
주차는 해수욕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는데, 평일 오후라서 자리가 넉넉했어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구역이 따로 표시되어 있어서,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헷갈리지 않을 거예요. 다만 모래사장에 들어가기 전에 물그릇을 꼭 챙기세요. 강아지가 신나서 달리다 보면 목이 마를 테니까요. 저는 집에서 가져온 접이식 물그릇에 물을 부어줬는데, 순식간에 다 마셔버리더라고요.
파도와 함께 놀다
해변 끝자락에 도착하자, 파도가 살짝 밀려오는 곳이 있었어요. 강아지가 처음엔 파도를 보고 멈칫했어요. 물이 다가오자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다시 다가가서 코로 물을 킁킁대더라고요. 몇 번 반복하다가 결국 발을 담갔는데, 그 순간 파도가 더 세게 밀려와서 털까지 흠뻑 젖었어요.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어요. 그 후로는 완전히 적응했는지, 파도를 따라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신나게 놀았어요.

해변을 걷다 보면 반려견과 함께 온 사람들을 종종 만나요.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강아지들이 서로 냄새를 맡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정겹더라고요. 어떤 아주머니는 자기 강아지가 물놀이를 너무 좋아한다며, 수건을 여러 장 챙겨왔다고 웃으시더라고요. 이런 작은 교류가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아요.
돌아오는 길, 발바닥에 모래가 남아
해가 완전히 지고 나서야 차로 돌아왔어요. 강아지는 차에 타자마자 쿨하게 잠들었어요. 털 사이사이에 모래가 끼어 있어서, 집에 도착하면 목욕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그 모래가 왠지 대천의 추억처럼 느껴져서, 솔로 털어내면서도 미소가 지어졌어요.
세종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반려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바다가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다음에는 점심때쯤 도착해서, 근처 카페에서 강아지랑 함께 커피 한잔 하는 것도 해봐야겠어요. 가을이 깊어지기 전에, 또 한 번 달려가고 싶은 곳이 생겼네요.
태그: 세종여행, 대천해수욕장, 반려견동반, 강아지와바다, 가을여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