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주 바람이 제법 쌀쌀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짐을 챙겼다. 우리 집 댕댕이는 캐리어 굴러가는 소리만 들어도 꼬리를 흔드는데, 이번엔 평소와 달리 차량용 쿠션까지 꺼내 들자 아예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아마도 “드디어 너랑 긴 여행 가는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사실 이번 여행의 진짜 목적은 바로 제주 애견동반 펜션에서 하루를 묵으며, 가까운 오름을 함께 오르는 것이었다. 설악산처럼 웅장한 바위 능선은 아니지만, 제주의 오름은 완만한 초원과 숲길이 어우러져 있어 강아지와 함께 걷기에 더없이 좋다. 우리는 성산 쪽에 위치한 작은 펜션을 골랐는데, 마당이 널찍해서 짐 풀자마자 강아지가 신나게 뛰어다녔다.
마당에서 시작된 모험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강아지는 낯선 냄새에 코를 바닥에 대고 열심히 탐색했다. 잔디 위에 굴러다니는 소나무 열매를 물고 와서는 내 발 앞에 툭 던져주며 “이것 봐, 신기하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평소엔 집 안에서만 지내다가 이렇게 넓은 마당을 보니 자유로움이 느껴졌나 보다.
저녁 무렵, 펜션 주인장이 추천해준 인근 오름 입구까지 차로 10분도 안 걸렸다. 주차장은 한적했고, 입구에 ‘반려동물 출입 가능’이라는 안내판이 반갑게 맞아줬다. 우리는 가벼운 산책 코스를 골라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름 위, 바람과 함께 걷다

오름길은 생각보다 완만했다. 흙길과 돌계단이 섞여 있었는데, 강아지는 네 발로 척척 올라가며 오히려 나를 기다려주기 바빴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털을 날리는 모습이 참 자유로워 보였다. 어떤 구간에선 갑자기 멈춰 서서 멀리 보이는 한라산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아마도 “저건 또 뭐지?” 하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었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 해가 막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주홍빛 하늘 아래 펼쳐진 초원과 바다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강아지는 내 옆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숨을 골랐다. 그 순간,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이 왜 특별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함께 오른 땀과 숨결, 그리고 그 순간의 고요함이 우리 둘만의 기억으로 남았다.
돌아와서 펜션에서 준비한 따뜻한 샤워를 하고 나니, 강아지는 벌써 깊이 잠들어 있었다. 발바닥을 만져보니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내일은 다른 오름을 찾아가 볼까? 아니면 해변을 따라 걸으며 다시 이 제주 애견동반 펜션에서 하룻밤을 더 묵을까? 아직 결정은 못 내렸지만, 확실한 건 우리 둘 다 이곳을 다시 찾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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