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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주에서의 짧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경주가 떠올랐다. 봄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날이었고, 우리 집 루이(말티즈, 7살)도 차창 밖으로 바람을 쐬며 신나 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법한 황리단길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강아지와 함께 걷기 좋은 길이라는 얘기를 어디서 주워들었거든. 그래서 급하게 네비를 찍고 경주로 향했다.
황리단길, 강아지 발걸음도 가볍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루이의 목줄을 채우자마자, 그의 코가 바닥에 닿을 듯 숙여졌다. 낯선 냄새가 가득한 거리, 사람들의 발걸음,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다른 강아지들의 짖는 소리까지. 루이는 꼬리를 흔들며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황리단길은 생각보다 반려견 친화적이었다. 인도가 넓고, 곳곳에 나무 그늘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도 좋았다. 중간중간 작은 정원 같은 공간이 있어 루이도 풀 냄새를 맡으며 한참을 머물렀다.
경주 애견동반 카페, 작은 쉼터
걷다 보니 목이 말랐다. 사람들은 커피 한 잔 하기에도 좋은 거리지만, 강아지와 함께라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될 법하다. 다행히도 경주 애견동반 카페가 몇 군데 보였다. 그중 한 곳, 담장이 낮고 마당이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루이는 마당에 놓인 작은 의자 아래로 슬쩍 들어가 앉아 내 얼굴을 쳐다봤다. “여기 괜찮아?” 하는 표정이었다. 실내도 허용된다고 해서 들어가 보니, 다른 손님들도 반려견과 함께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페 사장님은 루이에게 조용히 물그릇을 내주며 “우리 애기도 자주 와요”라고 말해줬다. 그 말 한마디가 참 반가웠다.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무겁지 않았다
황리단길을 한 바퀴 돌고, 루이는 지친 듯 내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경주 애견동반 카페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이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제주에서 시작된 여행이 경주에서 뜻밖의 소소한 행복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다음에는 단양 쪽도 한번 가볼까? 루이와 함께하는 길은 어디든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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