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문을 열자마자 만져지는 공기가 유난히 포근했다. 광주에 도착한 지 이틀째, 어제 비가 그친 뒤라 하늘이 씻은 듯 맑았다. 우리 집 댕댕이 코코는 창밖으로 코를 내밀며 킁킁거렸다. 낯선 땅의 냄새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제주 올레길을 닮은 광주의 숲길을 걷고 싶어서였는데, 아침에 우연히 지도를 보다가 눈에 띈 곳이 있었다. 바로 ‘광주 애견 놀이터’였다. 강아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늘 그렇듯, 내 계획보다는 코코의 발걸음에 맞춰진다.
풀밭 위의 자유, 광주 애견 놀이터
놀이터에 도착했을 때, 코코는 이미 차창 밖으로 목을 빼고 있었다. 철조망 안쪽으로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고, 곳곳에 작은 언덕과 그늘이 드리워진 나무들이 보였다. 주차장도 넉넉해서 짐을 풀고 들어가기가 편했다. 게이트를 열자마자 코코는 목줄을 풀자마자 잔디 위를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네 발이 땅에 닿는 순간, 그동안 차 안에서 참았던 에너지가 폭발한 것 같았다. 다른 강아지들이 다가와 서로 코를 맞대고 인사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한 아기 진돗개가 코코의 꼬리를 쫓아다니며 깨갱거리자, 코코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풀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이곳은 생각보다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바닥에 돌부리나 날카로운 게 없어 안심이었다. 놀이터 한쪽에는 작은 배수구도 있어서, 비 온 뒤에도 물이 고이지 않을 것 같았다.
올레길처럼 걷는 숲길
놀이터에서 한참 놀고 나서, 근처에 있는 숲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길은 제주 올레길처럼 바닷가를 따라 걷는 코스는 아니었지만, 울창한 나무 사이로 난 길이 마치 작은 오름을 오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코코는 이제 지친 건지, 아까처럼 막 뛰지는 않고 천천히 코를 땅에 대며 냄새를 맡았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 사이로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중간중간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서, 나는 가져온 물병을 꺼내 코코에게 먹였다. 혀를 쭉 내밀고 물을 마시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대견했다. 이 길은 사람도 많지 않아서, 반려견과 조용히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다만 길이 흙길이라 비 온 뒤에는 진흙이 튈 수 있으니, 신발은 운동화가 좋겠다.

돌아오는 길에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다시 차로 돌아왔다. 코코는 뒷좌석에 털썩 주저앉아 잠이 들었다. 아마 꿈속에서도 오늘 만난 강아지 친구들과 달리고 있을 것이다. 광주에서의 이틀은 짧았지만, 이곳의 공기와 풀 냄새, 그리고 ‘광주 애견 놀이터’에서 느꼈던 자유로움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에는 다른 코스를 찾아서, 코코와 함께 더 먼 길을 걸어보고 싶다. 그날이 오면, 또 어떤 풍경이 우리를 반겨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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