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바다와 강아지, 그리고 여수 애견동반 카페에서의 느긋한 오후

가을비가 그치고 나서야 경남 땅을 밟았다. 창문 너머로 스쳐 가는 남해의 빛깔이 유난히 맑아서, 차 안에서도 바다 내음이 날 것만 같았다. 사실 이번 여행은 사람을 위한 것도, 유명한 관광지를 찍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 집 봄돌이가 처음으로 바다를 만나는 날이었다. 털복숭이 시고르브 종 믹스인 봄돌이는 차창에 코를 대고 한참을 킁킁거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설레는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여수에 도착하니 해변가 바람은 제법 쌀쌀했지만 햇살은 따뜻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유명 해수욕장 대신 조용한 골목을 따라 걷다 보니, 반려견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 찾아봤던 여수 애견동반 카페 중 한 곳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 봄돌이의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돌기 시작했다. 실내가 좁지 않고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서 강아지가 낯선 사람을 피해 다닐 만한 동선이 충분했다. 주문을 하려고 계산대에 서 있는데, 사장님이 직접 봄돌이에게 물그릇을 내주셨다. 물그릇이 따뜻한지 손등으로 온도를 확인하시던 그 섬세함에 마음이 먼저 푹 녹았다.

여수 바다와 강아지, 그리고 여수 애견동반 카페에서의 느긋한 오후

우린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봤다. 봄돌이는 처음 보는 갈매기 떼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유리창 너머로 짖어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안타깝게도 (그리고 다행히도)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 모습이 우스워서 한참을 웃다가, 문득 봄돌이가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한 순간이 있었다. 자기 자신을 보고 놀란 거다. 그 짧은 멍한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 웃음이 난다.

모래사장에서의 낯선 걸음

카페에서 나와 해변으로 내려갔다. 아직 해수욕철이 아니라 한적했고, 개를 데리고 나온 사람도 몇 팀 보였다. 봄돌이는 처음으로 모래 위를 걸어 봤다. 발이 푹푹 빠질 때마다 네 발을 번갈아 들었다 놓으며 리듬을 타는 듯 걷더니, 이내 아예 엎드려서 모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발등을 스치자 놀란 듯 뒤로 물러서다가, 다시 호기심에 다가가기를 몇 번 반복했다. 한참을 그렇게 놀다 보니 온몸이 모래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주차장 근처에 샤워장이 있어서 대충 씻기고 나니 봄돌이는 꼬리를 흔들며 차 문 앞에 앉아 있었다. 다음 목적지를 가자고 재촉하는 표정이었다.

여수 바다와 강아지, 그리고 여수 애견동반 카페에서의 느긋한 오후

사실 여수 애견동반 카페를 몇 군데 더 찾아보려고 했는데, 하루에 너무 많은 걸 욕심내면 봄돌이가 피곤해질 것 같아 아쉽지만 미뤄두기로 했다. 대신 해변가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며 노을을 봤다.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갯벌 위로 봄돌이가 쪼르륵 달려가 발자국을 남겼다. 그 작은 발자국들이 물결에 밀려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나머지는 바다 소리에 맡기는 그런 시간이었다.

돌아가는 길, 남은 마음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나서야 차에 올랐다. 봄돌이는 뒷좌석에서 고개도 들지 못할 만큼 곤히 잠들었다. 하루 종일 신나게 뛰어다닌 보람이 있는 모양이다. 경남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오늘 본 바다 빛깔과 봄돌이의 첫 바다 모험을 떠올렸다. 여행지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뚜렷한 기억으로 남는 건, 누구와 함께였는지가 크게 좌우하는 것 같다. 다음엔 봄돌이랑 남쪽 섬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 보는 것도 좋겠다. 아직 우리가 함께 가볼 곳이 이렇게나 많다니,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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