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향일암 바다길, 그 옆 여수 애견동반 카페에서의 오후

대전에 사는 친구가 한 달 전부터 “우리 애들 데리고 바다 보러 가자”고 졸랐다. 그 친구네 강아지는 시고르브 잡종인데, 워낙 체력이 좋아서 동네 산책만으론 성이 안 찬다. 나는 우리 봄이가 바닷바람을 처음 맞아 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전에서 여수까지는 차로 세 시간 반, 아침 일찍 출발하면 점심때쯤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차 안에서 봄이는 창밖 풍경이 바뀔 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내릴 때마다 꼬리를 흔들었지만, 정작 향일암 주차장에 도착하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변에 낯선 개들 냄새가 많았던 모양이다. 향일암 가는 오름길은 경사가 꽤 있어서, 봄이를 안아 올리기도 하고 내려놓기도 하며 천천히 걸었다. 계단 앞에 앉아 숨을 고르는 봄이의 옆모습이 바다와 어우러져 참 예뻤다.

바다 내음을 처음 맡은 봄이

향일암 입구에서 바라보는 남해의 풍경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봄이는 난간 너머로 보이는 푸른 물결을 보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내 다리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낯선 파도 소리가 무서웠나 보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워서, 나는 봄이를 안고 바람을 등지고 앉아 한참을 쉬었다. 향일암은 사찰이라 반려견 출입이 제한된 구역이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우리는 법당 근처는 피하고 바깥 산책로 위주로 다녔다.

여수 향일암 바다길, 그 옆 여수 애견동반 카페에서의 오후

점심때가 되자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여수 향일암 근처 식당은 대부분 테라스가 없어서 강아지와 함께 들어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미리 찾아둔 여수 애견동반 카페로 발길을 돌렸다. 향일암에서 차로 십 분쯤 내려가니 바다가 바로 보이는 작은 카페가 나왔다. 이 집은 실내에도 강아지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비가 오나 안 오나 걱정 없이 들를 수 있는 곳이었다. 봄이는 카페 문을 들어서자마자 바닥 냄새를 맡느라 코가 바닥에 붙을 정도였다. 앞마당에 있는 잔디밭을 보더니 이내 꼬리를 흔들며 뛰어가기 시작했다.

커피 향과 강아지 간식 냄새

카페 안은 의외로 넓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주문했는데, 직원분이 봄이에게 간식도 함께 내어 주었다. 이런 세심함이 반려인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웠다. 봄이는 간식을 받아먹고는 테라스로 나가 바닥에 엎드려 바다 바람을 쐬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봄이가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는 뒷모습을 보는데, 대전에서의 답답한 일상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 근처 여수 애견동반 카페는 몇 군데 더 있지만, 우리가 간 곳은 주차가 넓어서 특히 좋았다. 향일암 주차장은 좁은 편이라 개와 함께 오래 머물기엔 불편할 수 있는데, 카페에 와서 여유 있게 쉬어 가니 하루 일정이 훨씬 수월해졌다. 봄이도 긴장이 풀렸는지 카페 마당을 뛰어다니며 낯선 사람들에게 꼬리를 흔들었다.

여수 향일암 바다길, 그 옆 여수 애견동반 카페에서의 오후

해질녘, 돌아가는 길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다.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에 봄이는 뒷좌석에서 곤히 잠이 들었다. 향일암의 바다 냄새와 카페 잔디밭의 풀 내음이 섞여, 하루가 참 알차게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수는 생각보다 반려견과 함께 다니기 좋은 도시였다. 특히 바다 옆에 이런 여수 애견동반 카페가 있어서, 오래 머물며 쉬어 갈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다음엔 봄이와 함께 오동도 쪽으로 한번 가 보고 싶다. 그곳도 바다 산책로가 잘 되어 있다고 들었으니, 또 언젠가 좋은 날을 골라 천천히 다녀와야겠다. 대전에서 출발하는 반려견 동반 여행, 여수만큼은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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