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낯선 도시의 아침 공기는 제법 차가웠다. 사실 이번 울산 여행은 급하게 정해진 거라 준비된 게 별로 없었다. 그냥 평소에 자주 가던 동네 산책로가 아닌, 낯선 바다 내음이 아이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어 차를 몰고 내려온 거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간월암으로 가는 길, 차 안에서 투덜거리던 우리 댕댕이가 창문을 열어주자마자 귀를 바짝 세우고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니 왜 자꾸만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는지 다시금 실감이 났다. 언젠가부터는 이런 순간을 위해 검색창에 ‘청주 애견동반 펜션’이라는 단어를 입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바다보다 반가웠던 넓은 잔디밭
울산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대왕암공원 근처의 반려견 놀이터였다. 바다가 바로 옆에 있어서 바람이 꽤 세게 불었지만, 우리 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잔디밭으로 직진했다. 평소엔 낯선 곳에서 경계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 날은 달랐다. 흙바닥에 코를 대고 오랫동안 냄새를 맡더니, 이내 앞발을 쭉 뻗고 엎드리는 낯선 자세를 보여줬다. 처음엔 긴장한 건가 싶었는데, 곧 꼬리를 흔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걸 보니 완전히 마음을 연 모양이었다.
놀이터 한쪽에는 쉬었다 갈 수 있는 벤치가 있어서, 나는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앉아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봤다. 주차장이 조금 협소해서 평일인데도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아침 일찍 가는 걸 추천하고 싶다. 그래도 아이가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먼 길을 달려온 보람이 충분히 있었다. 이런 날들이 쌓여서 결국엔 또 다른 여행지를 찾게 되고, 다시 한번 ‘청주 애견동반 펜션’ 같은 곳을 검색하게 되는 게 아닐까.
저녁 바람과 함께한 태화강 둔치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태화강 둔치로 발걸음을 옮겼다. 울산의 명물이라는 십리대숲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대나무 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우리 아이는 그 소리가 조금 낯선지 귀를 쫑긋 세우고 멈칫거렸다. 몇 걸음 더 가다가 결국 주저앉아 버려서, 잠시 그 자리에 앉아 강바람을 쐬며 쉬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곳을 데려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아이의 템포에 맞춰 걷는 게 더 익숙해졌다. 굳이 많은 걸 보고 오지 않아도, 이렇게 강가를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하루가 된다는 걸 알게 된 건 큰 수확이었다. 태화강 둔치에는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가능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우리처럼 느긋하게 걷기 좋은 곳이었다.

다음 여행의 설레는 예감
울산에서의 이틀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돌아가는 길, 차 안에서 잠든 아이를 보며 이번 여행의 사진을 다시 보는데, 어느새 핸드폰에 아이가 웃는 듯한 표정을 지은 컷이 한 가득 쌓여 있었다.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 특별하지만, 함께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기억은 더 오래 남는 것 같다.
다음 주말에는 날씨가 더 풀린다니, 이번엔 산과 숲이 많은 곳으로 가보고 싶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벌써부터 다음 목적지를 검색해본다. 충청도 쪽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마 다음에는 차창 밖으로 펼쳐질 논밭 풍경을 상상하며 ‘청주 애견동반 펜션’을 찾아보고 있다. 우리 아이와 함께 또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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