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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바람이 제법 차가워지던 어느 금요일, 갑작스레 대전행을 결정했다. 사실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평소에 자주 가던 카페에서 우연히 본 대전 애견동반 펜션 사진 한 장이 마음에 꽂혔달까. 갈대밭이 펼쳐진 마당에 덩치 큰 골든리트리버가 드러누워 있는 모습이었는데, 우리 집 말티즈 복슬이도 저런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래서 바로 다음 날, 차에 짐을 싣고 복슬이와 함께 대전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마당을 한 바퀴, 복슬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펜션에 도착한 건 오후 세 시쯤. 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복슬이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낯선 곳에서 늘 긴장하며 내 다리 뒤에 바짝 붙어 있던 녀석이, 이번에는 꼬리를 높이 치켜들고 마당 구석구석을 탐색하기 시작한 거다. 특히 마당 끝자락에 있는 작은 연못가에서 물장구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한참을 서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잠시 후엔 돌아서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낙엽을 코로 밀치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솔방울을 입에 물고 흔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여기 완전 내 스타일인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대전 애견동반 펜션이라고 해서 그냥 개만 데리고 잘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직접 와 보니 마당이 이렇게 넓고 푸르른 곳은 처음이었다. 잔디가 촘촘하게 깔려 있어서 복슬이가 뛰어다녀도 먼지가 거의 나지 않았고, 곳곳에 그늘막과 개를 위한 물그릇도 준비되어 있었다. 반려견을 데리고 여행을 다닌 지 꽤 오래됐지만,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 쓴 펜션은 처음이라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방 안도 마음에 들었다. 침대가 낮고 넓어서 복슬이가 혼자서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었고, 바닥은 미끄럽지 않은 원목 재질이었다. 큰 창문 너머로 마당이 훤히 보여서, 내가 커피를 내리는 동안에도 복슬이는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이런 디테일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여유가 생겼다.
저녁 산책, 그리고 펜션 주인장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해가 지고 나서 복슬이와 함께 펜션 근처를 산책했다. 대전은 생각보다 산이 많고 길이 한적해서, 도시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억새 사이로 복슬이가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펜션 주인장 아주머니가 복슬이를 보고 “우리 애기, 산책 다녀왔어?”라며 간식을 건네주셨다. 아주머니 말로는 이 근처 산책로가 반려견과 걷기 좋다고 소문났다고 한다. 특히 아침에 안개가 낄 때 걸으면 정말 좋다고 하시는데, 다음 날 아침에 꼭 한번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복슬이는 내 발치에서 곤하게 잠이 들었다. 여행 내내 긴장해서 잘 못 자던 녀석이, 이렇게 편하게 자는 걸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대전 애견동반 펜션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바로 이런 부분이었는데, 복슬이가 편안해하는 모습을 보니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실감했다. 늦은 밤,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복슬이의 등줄기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풍경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창밖으로 자욱한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제 주인장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그 풍경이었다. 얼른 옷을 챙겨 입고 복슬이와 함께 산책로로 나섰다. 안개 낀 아침 길은 조용하고 서늘했지만, 복슬이는 어제보다 더 활기차게 앞장서서 걸었다. 길가에 맺힌 이슬에 발이 젖을까 봐 조심스러웠지만, 녀석은 오히려 그 물기를 즐기는 듯 보였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자 복슬이는 마당 한가운데에 드러누워 따뜻한 햇볕을 쬐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여유로워졌다.
대전 애견동반 펜션 여행, 솔직히 처음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곳에서 보낸 하루가 지나고 나니, 왜 사람들이 이런 곳을 찾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반려견이 편안해야 나도 편안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 편안함이 여행의 전부라는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 복슬이는 뒷좌석에서 곤하게 자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복슬이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가끔 꿈을 꾸는지 발가락이 실룩거렸는데, 아마 마당에서 뛰어놀던 꿈을 꾸는 게 분명했다. 이번 대전 여행은 특별한 계획도, 화려한 볼거리도 없었지만, 복슬이의 편안한 잠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봄에 다시 와야겠다. 마당에 꽃이 피고, 연못에 개구리 알이 생기면 복슬이가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그때쯤엔 우리 집에도 장난꾸러기 강아지가 한 마리 더 늘어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꿈같은 이야기지만,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여행이란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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