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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내려간 건, 오랜만에 만난 대학 후배의 결혼식 때문이었다. 결혼식이 토요일 오후였어서 일부러 하루 먼저 내려가, 우리 댕댕이랑 느긋한 주말을 보내고 싶었다. 원래는 결혼식만 다녀오려다가, 문득 좁은 원룸에서 며칠째 비 오는 날씨에 찌들어 있던 아이 얼굴이 떠오르더라. 마침 날씨도 쌀쌀하지만 맑게 갠다고 하니, 가방 하나에 아이 간식과 담요를 챙겨서 바로 기차에 몸을 실었다.
도착한 곳은 팔공산 자락에 있는 대구 애견동반 펜션 하나였다. 사실 검색해보면 대구 애견동반 펜션이 꽤 많더라. 근데 대부분 수성구나 동구 쪽에 몰려 있어서, 조용하고 푸른 풍경을 원하는 나는 조금 외곽으로 빠지는 쪽을 골랐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펜션 주인 아주머니가 마중 나와 계셨다. “강아지 냄새 안 나게 관리 잘 해놨으니 걱정 말고 들어가~” 하시는데, 첫인상부터 참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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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을 열자마자 우리 강아지는 한동안 얼어붙어 있더니, 이내 바닥에 코를 박고 이리저리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평소 낯선 곳에 가면 꼬리를 다리 사이에 꽁꽁 숨기고 제자리에 엎드려 있는 아이인데, 이곳은 왠지 마음이 놓였는지 5분도 안 돼서 침대 커버를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침대 옆에 놓인 털 슬리퍼를 물고 와서는 내 무릎 위에 툭 떨어뜨렸다. 마치 “여기 괜찮네, 이제 놀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방 안에는 이미 강아지 전용 담요와 물그릇, 배변 패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펜션마다 다르겠지만, 이곳은 아이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둔 게 보였다. 소파도 푹신하고, 바닥은 미끄럽지 않은 원목이라 노견이나 관절이 약한 아이들도 걷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을 열자 팔공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시원하고, 또 뭔가 풀 냄새가 섞인 그 공기가 도시의 매캐함과는 확실히 달랐다.
해가 지고 나서, 아이의 에너지가 폭발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산책을 나갔다. 펜션 뒤편으로 완만한 산책로가 나 있는데, 가로등 불빛이 은은해서 밤에도 걷기 좋았다. 우리 강아지는 평소 어두워지면 밖에 나가기를 싫어하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앞장서서 걷더라.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재밌었는지, 발로 툭툭 걷어차면서 한참을 그 길을 걸었다. 어쩌면 하루 종일 차 안에 있다가 밖에 나오니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나 보다. 나는 그런 아이 뒤를 따라가며, 가끔 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 만인지 생각해보게 됐다.
밤이 깊어지자 펜션 안은 따뜻했다. 보일러가 잘 나오는지, 아이가 방바닥에 배를 붙이고 자는 걸 보면 온도도 딱 좋았나 보다. 사람이 쓰는 전기장판을 강아지가 쓰면 건조해서 안 좋다고 해서, 나는 가져간 두꺼운 담요를 펴서 아이가 그 위에서 자게 했다. 새벽에 문득 깼는데, 아이가 제 담요도 아닌 내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와서 코를 박고 자고 있더라. 밖은 꽤 쌀쌀했는지, 아이가 스스로 따뜻한 곳을 찾은 거다. 그 모습이 왠지 귀여우면서도, 이곳이 얼마나 포근한지 증명하는 것 같아 흐뭇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이 압권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커튼 사이로 팔공산 능선이 눈에 들어왔다. 안개가 살짝 걷히고 있는 모습이 꽤 운치 있었다. 우리 아이는 이른 아침부터 베란다 문 앞에 앉아서 새소리를 듣고 있었다. 도시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소리라 그런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더라. 커피 한 잔을 내려서 베란다에 나가 앉아 있는데, 아이가 옆에 와서 앉았다. 아무 말 없이 그냥 바람과 새소리만 듣고 있는데,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이런저런 정보를 찾다 보면, 대구 애견동반 펜션은 생각보다 훨씬 잘 되어 있는 곳이 많았다. 다만 위치에 따라 주변 산책로나 카페와의 거리가 천차만별이라, 예약 전에 지도를 꼭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 그리고 펜션마다 강아지 동반 가능 범위(침대 사용 여부, 예약 시 몸무게 제한 등)가 조금씩 다르니, 미리 메시지로 문의해두면 당황할 일이 없다. 나는 이번에 그렇게 사전에 잘 확인하고 와서 그런지, 도착해서 옥신각신할 일이 전혀 없었다.
일요일 오후,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오자 우리 강아지는 벌써 짐을 싸는 내 옆에 붙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아직 더 놀고 싶다는 듯. 차에 타려고 하자 발버둥을 치길래, 어르고 달래서 겨우 카시트에 앉혔다.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이는 금방 잠이 들었고, 나는 백미러로 곤히 자는 아이를 보면서 다음에는 어디로 데려가 볼까, 벌써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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