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바다와 제주 애견동반 카페의 추억이 겹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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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 다녀왔다. 사실 이번 여행은 솔직히 말하면 좀 억지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제주도에서 강아지랑 매일 올레길을 걷던 버릇이 남아 있어서인지, 갑자기 동해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이 유난히 파래서, 우리 강아지 뭉치랑 가방 하나만 챙겨서 무작정 차에 올랐다. 서울을 벗어나자마자 창문을 내리자, 차가운 바람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 뭉치는 뒷좌석에서 코를 창밖에 대고 한참을 킁킁거리다가, 이내 제주 애견동반 카페에서 늘 하던 것처럼 제 앞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이 “어디 가는 거야?”라고 묻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파도 소리가 반려견을 부르는 곳

강원도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가 한참 지나 있었다. 양양 근처의 한적한 해변으로 차를 몰았는데, 때마침 사람도 별로 없고 바람도 적당했다. 뭉치를 리드줄에서 풀어 주자, 모래 위를 폴짝폴짝 뛰며 파도가 밀려오는 쪽으로 달려갔다. 파도를 보고는 처음엔 잠깐 멈칫하다가, 이내 물이 닿는 가장자리에서 앞발로 모래를 푹푹 파기 시작했다. 제주에서 올레길을 걸을 때도 그랬다. 바다 냄새를 맡으면 꼭 그렇게 신나게 뭔가를 파고, 그러다 파도가 발등을 스치면 깜짝 놀라 내 쪽으로 도망쳐 오는 걸.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그날 꽤 오래 모래 위에 앉아 있었다.

강원도 바다와 제주 애견동반 카페의 추억이 겹치는 순간

이곳저것 알아보다 보니 강원도에도 반려견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카페가 꽤 있더라.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늘 제주 애견동반 카페의 그 아늑한 분위기가 떠올랐다. 제주도의 그 작은 카페는 정원이 넓어서 뭉치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고, 창가 자리에서는 바다가 훤히 보였다. 강원도의 카페도 좋았지만, 뭉치가 물을 마시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좁아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한 잔 시켜 놓고, 뭉치의 털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며 문득 그 제주 카페의 주인이 건네준 수제 간식을 떠올렸다. 여행지마다 분위기는 달라도,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간은 어디서나 비슷하게 따뜻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바람이 머무는 길 위에서

해변을 나와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니 솔숲이 우거진 산책로가 나타났다. 뭉치의 산책 버릇을 보면 알 수 있다. 좁은 골목이나 인파가 많은 곳에서는 바짝 붙어서 걷지만, 이렇게 트인 숲길만 오면 리드줄을 팽팽하게 당기며 앞서 나간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솔바람이 부는 길을 따라 씩씩하게 걸어가는 뭉치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제주 올레길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 길도 늘 바람이 있었다. 언덕을 넘을 때마다 풀 냄새가 확 확 불어왔고, 뭉치는 그 바람을 향해 고개를 들고 오래도록 냄새를 맡곤 했다.

산책을 마치고 차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카페 하나가 눈에 띄었다. 건물 앞에 마당이 넓게 펼쳐져 있고, 나무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안내문에 ‘반려견 동반 환영’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얼른 차를 세웠다. 그런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실내에는 다른 손님들이 있었고, 뭉치가 짖을까 봐 조금 긴장했다. 다행히 주인 아주머니가 먼저 다가와 뭉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 집 강아지도 저만 하다”고 말해 주었다. 그 말 한마디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커피를 주문하고 마당에 앉아 있으니, 뭉치는 테이블 아래에 엎드려 바람을 쐬었다. 그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서,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좋은 곳이 있구나 싶었다.

강원도 바다와 제주 애견동반 카페의 추억이 겹치는 순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그리운 건 제주 애견동반 카페의 그 여유로움이다. 거긴 뭉치가 실내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다들 아는 척해 주고, 심지어 옆 테이블 강아지와 인사도 시켜 주곤 했다. 강원도의 이 카페는 마당이 넓어서 좋았지만, 실내는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긴장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여행지에서 반려견과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운인지, 뭉치가 테이블 아래에서 코를 골며 자는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다시 차에 올랐다. 뭉치는 하루 종일 걷고 뛰어서인지 뒷좌석에서 바로 곯아떨어졌다. 가끔 꿈을 꾸는지 발가락이 실룩실룩 움직이는 모습이 귀여웠다. 나는 백미러로 그런 모습을 보며 운전했다. 강원도의 바다와 숲길은 제주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제주가 광활한 초원과 돌담길의 정적인 아름다움이라면, 강원도는 솔숲과 파도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았다. 두 지역 모두 반려견과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사실은 공통점이었다.

언젠가 다시 제주에 가게 되면, 그때는 꼭 그리운 그 제주 애견동반 카페부터 들러야겠다. 뭉치가 좋아하던 정원의 잔디밭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번 강원도 여행 이야기를 해 줄 참이다. 뭉치가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그저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참 알차게 느껴졌다. 여행은 어디를 가든 좋지만,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은 언제나 두 배로 특별하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뭉치랑 함께라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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