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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유리창 너머로 설악의 능선이 또렷했다. 어젯밤 강원도까지 차를 몰고 올라오며 본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사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단순했다. 도시의 매연에 지친 몸과, 산책로보다 넓은 들판이 그리웠던 우리 강아지 산체(3살, 말티즈 혼혈)를 위해 짧게 떠나는 주말이었다. 처음 묵어본 강원 애견동반 펜션이 이렇게까지 만족스러울 줄 알았다면, 진작에 예약했을 걸 그랬다.
펜션 도착하자마자 산체는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마당으로 직행했다. 잔디 위를 두 바퀴 정도 빙글빙글 돌던 녀석이 갑자기 멈춰 서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멀리 보이는 산 능선을 처음 본 거다. 평소엔 아파트 베란다 너머의 빌딩 숲만 보다가, 눈앞에 펼쳐진 시야가 넓으니 살짝 얼어붙은 표정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웃다가, 이내 짐을 풀고 바로 영양 방면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고개 너머에서 만난 단풍, 그리고 산체의 첫 등산

영양은 강원도와 맞닿아 있는 경북의 고장이라 그런지, 차로 40분쯤 넘어가니 도로 옆으로 울긋불긋한 단풍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해발이 그리 높지 않은 주실마을 뒷산이었다. 이른바 ‘반려견과 걷기 좋은 숲길’로 소문난 곳이라, 데크로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첫 등산길로는 부담이 없었다.
산체를 리드줄에 묶고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는데, 걱정과 달리 녀석이 앞장서서 길을 끌었다. 낙엽이 쌓인 흙길을 만나자 콧잔등을 땅에 대고 쉬지 않고 냄새를 맡았다. 평소 동네 산책에선 볼 수 없던 진지한 표정이었다. 한참을 올라 작은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산체는 바위 위에 앞발을 올리고는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마치 “이게 바로 산이구나”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순간, 이 녀석을 위해 이 먼 길을 온 보람이 확실히 느껴졌다.
저녁, 펜션 마당에서 보낸 한가로운 시간
등산을 마치고 펜션으로 돌아오는 길에 산체는 차 안에서 곯아떨어졌다. 꼬리가 축 처지고, 가끔 다리를 움찔거리며 꿈을 꾸는 모습을 보니 애교가 절로 나왔다.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자니, 해가 넘어가며 하늘이 주황빛에서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이 펜션을 고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넓은 마당이었는데, 다른 강원 애견동반 펜션들도 많았지만 여기는 울타리가 낮아서인지 개들끼리 인사하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산체도 낯선 친구를 만나면 평소엔 꼬리를 말고 숨는데, 여기선 오히려 먼저 다가가 냄새를 맡더라. 사장님께 여쭤보니 주변에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다고 해서, 내일 아침에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아침 공기가 차갑긴 하겠지만, 그 상쾌함이 기대된다.
돌아가는 길에 남긴 발자국
다음 날 아침, 산책을 마치고 짐을 싸는데 산체가 현관문 앞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차에 타기 싫다는 듯, 마당 한가운데서 꼬리를 내리고 서서 나를 올려다봤다. “우리 또 올 수 있지?”라고 묻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도시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녀석은 창밖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이번 여행이 녀석에게도, 나에게도 충분히 특별한 시간이었다는 뜻이니까.
다음 목적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설레는 건 왜일까. 아마도 이번 주말의 경험이 너무 좋아서, 또 다른 강원 애견동반 펜션을 찾아 지도를 뒤적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거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가벼운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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