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오랜만에 차를 몰고 경기 쪽으로 향했다. 원래 계획은 강원도였는데, 금요일 퇴근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소식에 발길을 돌렸다. 강아지랑 장거리 운전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체력적으로 꽤 부담이 되더라. 그래서 이번엔 무리하지 말자 싶어서 가까운 경기 애견동반 펜션으로 방향을 틀었다.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했다. 경기도 쪽은 당일치기로 자주 가는 곳이라 ‘굳이 하룻밤을?’ 하는 마음도 있었으니까.
첫인상보다 중요한 건 강아지의 반응
도착했을 때가 오후 네 시쯤이었는데, 펜션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강아지가 목줄을 팽팽하게 당기며 앞발로 잔디를 몇 번 긁었다. 그러더니 코를 땅에 거의 붙이다시피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새 냄새를 맡는 게 신기한지 꼬리를 세우고 마당을 세 바퀴쯤 돌더라. 실내에 들어가서도 현관 매트 위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창가 쪽에 깔아둔 방석 위에 스스로 올라가서 배를 드러내고 누웠다. 낯선 곳에서 배를 보이는 건 꽤 드문 일이라 나름 만족한 모양이었다.

객실은 생각보다 넓었고 바닥이 미끄러운 대리석이 아니라 강아지가 뛰어도 미끄러지지 않는 재질이라 좋았다. 주차는 건물 바로 앞에 두세 대 정도 댈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짐이 많으면 입구 쪽에 잠깐 세워두고 내리는 게 편하다. 저녁에는 마당 한쪽에 작은 화로가 있어서 불멍을 할 수 있었는데, 강아지가 불빛을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 이내 내 무릎에 턱을 얹고 잠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경기 애견동반 펜션으로 오길 잘했다’ 싶었다.
아침 산책이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다음 날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강아지랑 펜션 뒤편 산책로를 걸었다. 경기 외곽이라 그런지 공기가 생각보다 맑았고, 이슬이 맺힌 풀냄새가 진하게 올라왔다. 강아지는 걸음마다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느라 앞으로 나아가질 않아서 500미터를 걷는 데 30분이 걸렸다. 평소 산책 때는 빨리 걷는 편인데, 여기서만큼은 강아지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걷는 게 오히려 좋았다. 아침 식사는 간단한 토스트와 커피가 제공됐는데, 강아지 간식도 따로 챙겨주셔서 예상 밖의 배려에 기분이 좋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주변에 편의점이나 마트가 차로 10분은 가야 나온다는 점이다. 저녁에 먹을 간식이나 물을 미리 사가지고 오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펜션 자체가 조용한 편이라 늦은 밤에 강아지가 짖으면 소리가 꽤 크게 울린다. 다른 객실 손님을 위해 밤에는 조금 신경 쓰는 게 좋겠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한 것
체크아웃하고 나서 강아지가 차 뒷자리에 올라타자마자 바로 엎드려 잠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 이번 여행이 나름 충분했나 보다 싶었다. 경기 애견동반 펜션은 처음 가봤는데, 장거리 이동 없이도 강아지랑 하룻밤 쉬어가기엔 괜찮은 선택이었다. 다음엔 날씨 좋을 때 다시 와서 마당에서 더 오래 놀게 해주고 싶다. 그전에 강원도 쪽도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 비 피해서 돌아왔지만, 언젠가는 그 길도 끝까지 가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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