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내려갈 일이 생겨서 아침 일찍 차에 시동을 걸었다. 늦가을이라 그런지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꽤나 쓸쓸하면서도 정갈했다. 옆자리에는 우리 강아지가 앞발을 창문에 올리고 코를 벌름거리며 바깥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이번 부산행은 급하게 잡힌 일정이라 목적지 근처에 들를 만한 군산 애견동반 식당을 미리 검색해두지 못한 게 내심 아쉬웠다. 평소라면 꼼꼼하게 찾아보고 강아지랑 같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정해두는 편인데, 이번엔 그러질 못해서 부산 도착 후에 근처 카페라도 들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낯선 도시에서의 산책, 그리고 그리움이 스며들다
부산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바람이 강했다. 해운대 쪽 백사장을 천천히 걷는데, 강아지가 모래사장에 발을 디디자마자 신기한 듯 앞발로 모래를 몇 번 파헤쳤다. 그러다 파도가 발끝까지 밀려오자 깜짝 놀라서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는 게 우스워서 한참을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예전에 군산 애견동반 식당에서 밥을 먹던 기억이 났다. 그때 우리 강아지는 식탁 아래에 얌전히 앉아서 내가 건네주는 고기 조각을 기다리느라 눈을 반짝이던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파도 소리에 정신이 팔려서 내가 밥을 먹든 말든 관심도 없다. 참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은 확실히 반려견과 산책하기 좋은 도시였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고, 곳곳에 강아지와 함께 앉을 수 있는 벤치도 많아서 잠시 쉬어가기 좋았다. 다만 주차가 정말 어려운 동네가 많아서, 차를 가져왔다면 미리 공영주차장 위치를 확인해두는 게 좋다. 나는 해운대 근처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보로 이동했는데, 그게 오히려 편했다.
군산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부산에서도 강아지랑 같이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을 몇 곳 찾아보긴 했지만, 왠지 그날은 예전에 군산 애견동반 식당에서 먹었던 그 따뜻한 국물 요리가 자꾸 생각났다. 군산은 부산만큼 화려하진 않아도 소박하고 정감 있는 동네라, 식당에 들어서면 사장님이 강아지한테 먼저 인사를 건네주는 곳이 많았다. 우리 강아지도 그런 곳에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바닥에 엎드려 있었는데, 부산의 식당들은 조금 더 분주한 느낌이라 녀석도 살짝 긴장한 기색이었다. 그래도 창가 자리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게 해주니 금세 편안해져서 내 무릎에 턱을 얹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부산에서의 하루는 짧았지만 꽤 알찼다. 광안리 쪽 야경을 보면서 강아지랑 나란히 걷던 시간, 그리고 낯선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은 카페에서 마신 따뜻한 라떼 한 잔. 그 소소한 순간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에 또 부산에 온다면 그때는 미리 군산 애견동반 식당 리스트를 더 꼼꼼히 챙겨와서, 우리 강아지랑 좀 더 여유롭게 돌아다녀보고 싶다.
이제 슬슬 다음 여행지를 고민해볼 때다. 강원도 쪽으로 바다를 따라 올라가볼까, 아니면 남쪽으로 더 내려가볼까. 어디를 가든 강아지랑 함께할 수 있는 곳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부산에서의 며칠은 그렇게 우리의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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