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볼일이 있어서 내려갔다가, 모처럼 시간이 비어 하루쯤 바람을 쐬고 오자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 강아지도 같이 있었으니 그냥 돌아오기엔 아쉬웠고, 지도에서 바다 쪽으로 선을 죽 그어보니 간절곶이 눈에 들어왔다. 대구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닿는 거리라, 겨울 바다 냄새도 맡을 겸 간절곶 애견동반 카페 한 곳을 미리 찜해두고 출발했다. 새벽에 내린 눈이 녹지 않은 채로 길가에 하얗게 남아 있어서, 운전하는 내내 창밖만 봐도 마음이 조금 들떴다.
바람이 만든 겨울 풍경
간절곶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바람이 꽤 세차게 불었다. 사람은 괜찮아도 강아지가 추워할까 싶어 목도리를 한 번 더 여며줬는데, 정작 녀석은 세상 신난 얼굴로 코를 바닥에 붙이고 난리였다. 짠 소금기 섞인 바람 냄새가 처음이라 그런지 킁킁거리다가 이내 앞발로 눈을 파헤치기 시작하더라. 발자국이 하얀 눈 위에 또박또박 찍히는 걸 보니 괜히 뿌듯해졌다. 등대 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폭이 넓어서 목줄을 조금 길게 잡아줘도 여유가 있었고, 중간중간 벤치가 있어 잠깐 앉아 쉬기도 좋았다. 다만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구간은 꽤 매서우니 강아지용 방한 옷 하나는 챙기는 게 좋겠다 싶었다.
간절곶 애견동반 카페에서 잠깐의 온기
산책을 마치고 몸이 으슬으슬해질 즈음, 미리 찜해둔 간절곶 애견동반 카페로 향했다.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가 확 끼치는 게, 얼어 있던 손끝이 저절로 풀리는 기분이었다. 실내에 강아지가 누울 자리를 따로 마련해둔 곳이라 녀석은 들어가자마자 자리를 몇 번 돌다가 털썩 엎드렸다. 창가 자리에 앉으니 바다가 그대로 내다보여서, 커피 한 모금에 풍경 한 조각 곁들이는 재미가 쏠쏠했다. 여기는 간절곶 애견동반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면 한 번쯤 들르는 곳이라 주말엔 자리가 금방 차니, 조금 서두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차는 건물 앞 공간이 넉넉한 편이라 차를 대고 오가기 편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돌아오는 길에
커피를 다 마시고 나오니 해가 꽤 기울어 있었다. 다시 대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강아지는 뒷자리에서 곯아떨어졌고, 나는 창밖으로 스쳐가는 바다를 몇 번이고 돌아봤다. 짧은 하루였지만 겨울 바다를 함께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었다. 다음엔 날이 좀 풀리면 남쪽으로 더 내려가 볼까, 하는 마음으로 대구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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