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나고 자란 나는, 사실 군산이 이렇게 가까운 줄 몰랐다. 어느 주말, 아침 공기가 유난히 맑게 느껴져서였다. 커튼을 젖히니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했다. 집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날씨였다. 그래서 우리 집 댕댕이 ‘토리’를 데리고 차에 올랐다. 별다른 계획 없이 그냥 서쪽으로 달렸는데, 어느새 군산대교를 지나고 있었다. 바다 냄새가 섞인 바람이 창문 틈으로 들어오자 토리는 창밖을 향해 코를 내밀고 한참을 킁킁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핸드폰으로 ‘군산 애견동반 카페’를 검색하고 있었다.
첫인상, 넓은 잔디와 자유로움
군산 애견동반 카페를 검색하면 꽤 여러 곳이 나오지만, 우리가 도착한 곳은 외곽에 위치한 넓은 잔디 마당을 가진 카페였다.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토리가 긴장했는지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런데 잠시 후, 마당에서 뛰어노는 다른 강아지들의 모습을 보더니 꼬리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리드줄을 풀어주기 전에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펜스가 잘 되어 있고, 바닥은 흙과 잔디가 적절히 섞여 있었다. 강아지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배려한 느낌이었다.
토리를 풀어주자마자, 그녀는 미친 듯이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꼬리는 시속 100km로 흔들리고 있었고, 입은 살짝 벌어진 채 하하하 숨을 쉬고 있었다. 다른 강아지 주인분들이 “토리 귀엽다”고 말해줬는데, 그 말에 토리는 더 신나서 폴짝폴짝 뛰었다. 그날따라 토리가 이렇게 활발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공간이 넉넉하고, 낯선 냄새가 많아서 그런 모양이었다. 나는 테라스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토리가 노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사람도 강아지도, 각자의 시간
사실 나는 카페에 오면 커피 맛을 꼼꼼히 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곳은 커피보다 분위기가 먼저 다가왔다.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잔디 마당은 시야가 트여 있어서 속이 시원했다. 토리는 한참을 뛰어놀다가 지쳤는지, 내 발 옆에 털썩 주저앉아 혀를 빼꼼 내밀고 헥헥거렸다.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웃겨서 사진을 몇 장 찍어줬다. 아마도 그날 찍은 사진 중 가장 생생한 표정이었다.
이곳은 실내에도 강아지가 들어올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날씨가 안 좋은 날에도 방문하기 좋을 것 같았다. 실내는 조용하고 따뜻했고,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가 깔려 있었다. 주인 입장에선 이런 디테일이 참 고마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원분이 토리에게 물그릇을 챙겨주시면서 “오늘 날씨 좋죠? 우리 마당에서 많이 놀다 가세요”라고 말해주셨다. 그 한마디에 왠지 모를 신뢰감이 생겼다.

경북과는 또 다른 매력, 군산의 여유
경북에도 애견동반 카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군산의 이곳은 뭔가 더 여유로웠다.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아니면 도시의 속도감이 덜해서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토리는 그날 저녁까지도 집에 돌아와서 꼬리를 흔들며 내 무릎에 코를 박고 있었다. 아마도 좋은 기억으로 가득 찬 하루였나 보다. 나는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군산 애견동반 카페 리스트에 이곳을 저장해 두었다. 사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경북에서 멀지 않은 전라도 지역에도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큰 수확이었다.
돌아오는 길, 해가 지면서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토리는 차 안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다음에는 군산의 바닷가 산책로도 함께 걸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여행은 멀리 떠나는 것만이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오늘 다시금 느꼈다. 가까운 곳에도 이렇게 좋은 풍경과 따뜻한 공간이 있다는 것, 그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찬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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