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내리던 장마가 잠시 멈춘 어느 토요일, 반려견과 함께 경남으로 떠나기로 한 건 거실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넷플릭스나 보다가 심심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에라, 모르겠다. 비 그치면 당장 출발하자.” 그렇게 우리는 차에 올랐다. 사실 경남까지 가는 길이 가깝지는 않지만, 서울 근교 수영장은 이미 예약이 꽉 차서 마음이 급했다. 차창 밖으로 젖은 아스팔트가 반짝이고, 옆자리에서 울먹거리던 우리 강아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창문에 코를 대고 숨을 헐떡였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참자.”
처음 물과 만난 순간
도착한 곳은 경남의 한적한 계곡 옆에 자리 잡은 반려견 전용 수영장이었다.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강아지가 귀를 쫑긋 세우고 주변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수영장 물은 생각보다 차가웠는데, 계곡 물을 그대로 끌어와서 그런지 투명하고 맑았다. 처음 발을 담그는 순간, 우리 강아지는 네 발을 동시에 들어 올리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천천히 해봐.” 내가 손으로 물장구를 쳐 보이자, 조심스럽게 앞발을 내밀더니 이내 몸을 맡겼다. 물에 뜨는 법을 모르는 아이가 허둥지둥 헤엄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워서, 나는 옆에서 천천히 몸을 지탱해 줬다. 30분쯤 지나자 완전히 적응한 녀석은 입으로 물을 뿜으며 신나게 놀았다. 그 표정을 보니, 3시간 운전해 온 보람이 확 느껴졌다.
반려인을 위한 작은 배려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반려견뿐 아니라 사람을 위한 배려도 꽤 신경 썼다는 점이다. 수영장 옆에는 그늘이 드리워진 테이블이 몇 개 놓여 있어서, 나는 강아지가 물에서 노는 동안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으며 쉴 수 있었다. 주차장은 넓어서 SUV도 거뜬히 들어갔고, 입구에 발 씻는 곳과 수건을 빌려주는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귀가 전에 아이를 말리기 좋았다. 다만, 주말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한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평일 오전을 추천한다. 우리가 간 날도 오후 2시쯤 되니 강아지들이 하나둘씩 늘어나서, 좁은 풀장에서 약간 부딪히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도 직원분이 친절하게 상황을 잘 조율해 줘서 큰 불편은 없었다.

돌아오는 길, 젖은 털과 함께
해질녘, 우리는 다시 차에 올랐다. 강아지는 젖은 털을 덜덜 털고 난 뒤, 뒷좌석에서 골아떨어졌다. 꿈속에서도 헤엄을 치는지 발을 살랑살랑 움직이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창밖으로 지는 노을이 내내 따라왔고, 나는 핸들을 잡으며 다음엔 어디로 갈까 벌써부터 상상했다. 경남의 이 계곡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여름날을 선물해 줬다. 다음 주말엔 바다로 가볼까, 아니면 또 다른 계곡을 찾아볼까. 그날 밤, 집에 도착해 마당에서 물기를 터는 강아지를 보며 나는 중얼거렸다. “우리 또 가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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