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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나고 자란 터라, 가을만 되면 왠지 모르게 낯선 골목이 그리워질 때가 있어요. 얼마 전에도 그런 날이었어요. 하늘이 유난히 높고 맑은 주말, 저는 저희 집 8살 된 말티즈 ‘콩이’와 함께 서울역으로 향했어요. 친구가 경주에 내려간 지 1년 만에 드디어 만나게 됐거든요. 기차 안에서 콩이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제 무릎 위에서 이리저리 몸을 돌리며 콩콩거렸죠. 서울을 벗어나자마자 펼쳐진 드넓은 들판을 보며 콩이의 꼬리가 쉬지 않고 흔들렸어요. 아마도 콩이도 새로운 냄새와 풍경에 마음이 설레는 모양이었어요.
황리단길, 아침 산책은 이렇게 시작됐어요

신경주역에 도착하니 아침 공기가 정말 시원했어요. 서울의 매캐한 공기와는 확실히 달랐죠. 친구가 차로 픽업을 와줘서 바로 황리단길로 향했어요.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서 콩이를 목줄에서 살짝 풀어줬어요. 황리단길은 한옥의 지붕 곡선이 참 아름다운 골목이에요. 콩이는 처음 보는 흙벽과 기와지붕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느라 바빴어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하며 한참을 벽만 쳐다보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폰카메라를 꺼내들었어요. 평일 아침의 황리단길은 정말 한적해서 콩이와 천천히 걸으며 사진 찍기에 딱 좋았어요. 다만 길이 좁은 편이라 오후 2시 이후에는 사람이 많아질 테니, 아침 일찍 오는 걸 강력 추천해요. 골목마다 숨어있는 작은 화단과 돌담이 콩이의 산책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어요.
콩이의 점심, 그리고 반려견을 이해하는 공간
한참을 걸어 다니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됐어요. 사람이 밀려오기 시작하자 콩이를 다시 안아 들었어요. 그리고 찾아간 곳이 바로 유명한 경주 애견동반 카페였어요. 이 카페는 실내에 큰 잔디 마당이 딸려 있어서 반려견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곳이었어요. 저희가 도착하자마자 콩이는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꼬리를 힘껏 흔들며 낯선 친구들(강아지들)에게 인사하러 갔어요. 저는 그 사이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켰는데, 컵 홀더 옆에 강아지 전용 물그릇과 수제 간식을 따로 주문할 수 있는 메뉴판이 있더라고요. 콩이에게 치즈 수제비 하나 시켜줬는데, 눈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한입에 먹어치우더니 그릇을 핥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이런 곳에서 점심을 해결하니 저도 편하게 쉴 수 있었고, 콩이도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 카페의 가장 큰 장점은 실내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매트로 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노견인 콩이에게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이라 마음이 놓였어요.

해질녘, 황리단길의 또 다른 얼굴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다시 황리단길 골목을 걸었어요. 해질녘의 노을빛이 한옥 지붕에 내려앉으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낮에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저녁 6시 이후에는 또 한산해져서 콩이와 여유롭게 걷기 좋았어요. 콩이는 낮에 카페에서 신나게 놀았는지 약간 지친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냄새를 맡으려고 코를 땅에 대고 열심히 걸었어요. 길가에 있는 돌부처 무늬 앞에서 멈춰 서서 오랫동안 킁킁거리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웠어요. 저녁 노을 아래에서 콩이의 하얀 털이 붉게 물드는 모습을 보니 왠지 감동적이었어요. 이 거리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대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는 점인 것 같아요. 아침의 잔잔함, 낮의 활기참, 저녁의 낭만까지. 반려견과 함께 걷다 보면 같은 골목이지만 세 번을 걸어도 매번 새롭게 느껴져요.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콩이는 제 품에 안겨 곤히 잠이 들었어요. 아마도 꿈속에서도 황리단길의 흙냄새를 맡고 있을 거예요. 경주는 정말 반려견과 함께 가기 좋은 여행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황리단길 근처에는 이번에 방문한 곳 외에도 여러 경주 애견동반 카페가 많아서, 다음에 또 오게 되면 다른 곳도 한번 찾아가 보고 싶어요. 아마도 그때는 콩이가 더 좋아할 만한 그린티 푸딩 같은 메뉴가 있는 곳으로요. 반려견과의 여행은 낯선 곳에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시간인 것 같아요. 다음 목적지는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콩이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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