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문을 열자마자 촉촉한 흙내음이 코를 찔렀다. 비가 막 그친 광주 아침이었다. 평소라면 ‘에휴, 오늘도 비 맞겠네’ 하며 짐을 풀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우리 집 댕댕이 콩이를 데리고 광주 애견 놀이터를 찾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엔 좀 망설였다. ‘비 온 뒤라 진흙밭이 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앞섰지만, 콩이가 창밖을 보며 꼬리를 흔드는 모습에 그냥 출발했다.
경기 성남까지는 차로 한 시간 반쯤 걸렸다. 익숙하지 않은 길이라 내비게이션을 몇 번이나 다시 봤다. 도착했을 때는 오전 열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주차장이 널찍해서 좋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지 않아서, 주차 걱정은 접어도 될 것 같다. 문을 열자마자 콩이가 바닥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아마 전에 왔던 개들의 흔적을 찾는 모양이었다.
우리 강아지, 잔디밭에 미치다

실내 카페를 지나 뒷문으로 나가자, 시야가 확 트였다. 울타리로 둘러싸인 넓은 잔디밭이 펼쳐졌다. 비 온 뒤라 잔디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지만, 물이 고인 곳은 거의 없었다. 배수가 잘 되어 있다는 게 느껴졌다. 콩이는 처음엔 낯선 공간에 잠시 멈칫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갑자기 네 발에 힘을 주더니, 마치 야생마처럼 잔디밭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귀는 바람에 펄럭이고, 혀는 살짝 내밀고, 눈은 반짝였다. 그 모습을 보는데 왠지 모르게 내가 다 뿌듯해졌다.
옆에 있던 다른 반려견 보호자 분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 개도 처음 왔을 때 저랬어요. 여기 오면 다 미쳐요.” 그 말에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났다. 광주 애견 놀이터에서 콩이가 이렇게 신난 건 처음이었다. 집 근처 작은 공원에서 산책할 때는 항상 목줄에 묶여 있어서, 이렇게 마음껏 뛰는 모습을 본 게 얼마 만인지.
햇살 아래서 나눈 사람 이야기

잠시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봤다. 여러 견종들이 각자 놀고 있었다. 어떤 개는 페치볼을 물고 와서 던져 달라고 조르고, 어떤 개는 그늘 밑에서 혀를 빼물고 쉬고 있었다. 콩이는 한참을 뛰다가 지쳤는지 내 발치에 와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얘 처음 왔나 보네요. 저희 개도 처음엔 저랬어요.” 그분은 매주 토요일마다 이곳에 온다고 했다. “여기 오면 개도 사람도 다 편해져요. 잔디밭에 앉아 있기만 해도 힐링이 되거든요.”
그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그랬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앉아, 강아지가 신나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졌다. 커피 한 잔과 함께한 이 여유가 소중했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콩이는 깊이 잠들었다. 아마 오늘 하루가 너무 행복했던 모양이다. 뒷자리에서 코를 골며 자는 모습을 보니, 다음엔 또 다른 광주 애견 놀이터를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말에는 어디로 갈까? 아마도 또다시 콩이의 꼬리 흔드는 모습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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