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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 공기가 제법 차가워진 걸 느끼며 대구 앞산 둘레길을 걸었다. 평소엔 도심 속에서도 이렇게 큰 나무와 흙길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고마운 곳이잖아. 우리 집 곰돌이(미디엄 푸들, 7살)도 앞산 등산로 입구만 보면 꼬리를 세게 흔들며 끌어당기기 바쁘다. 그런데 그날따라 바람이 유난히 맑게 불어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여기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전남 애견동반 펜션에서 보는 섬 풍경은 얼마나 예쁠까.”
사실 앞산도 좋다. 나무 뿌리와 돌계단이 섞인 코스를 오르다 보면 곰돌이가 쉬어가기 좋은 평평한 바위도 곳곳에 있고, 중간중간 만나는 등산객들이 “강아지가 운동 잘하네~” 하고 웃어주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야. 하지만 아무리 좋은 산도 하루가 끝나면 다시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야 하잖아. 그날따라 왜 그렇게 마당 있는 집이 그리웠는지 모르겠다. 저녁에 앞산에서 내려와 곰돌이 발을 씻겨주는데, 흙 묻은 발바닥을 닦아주면서도 “이 발로 넓은 잔디밭을 맘껏 뛰어다니게 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불쑥 솟아오르더라.
섬이 보이는 마당에서 맞이한 아침
그래서 결심했어. 이번 주말에는 차를 몰아 전라도 땅끝까지 내려가기로.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보니 어떤 펜션은 뒤뜰에서 바로 바다가 보이고, 어떤 곳은 펜션 앞에 강아지 전용 운동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더라. 특히 눈에 들어온 건 목포 근처에 있는 작은 펜션이었는데, 사진 속에서 골든리트리버가 마당 풀밭을 신나게 달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우리 곰돌이도 저렇게 뛰어놀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바로 예약을 눌렀다.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곰돌이 코가 쫙 벌어지더라. 바닷바람에 섞인 갯내음과 풀냄새가 한꺼번에 들어오니까 코를 땅에 대고 한참을 킁킁거렸다. 펜션 주인분이 “문은 열어놓을 테니 마음껏 놀게 하세요”라고 하시는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곰돌이는 이미 잔디 위를 세 바퀴째 돌고 있었어. 앞산에서는 항상 목줄을 하고 걸어야 했으니까, 이렇게 자유롭게 뛰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시원하더라.
저녁엔 노을 보며 산책로를 걸었다
펜션에서 차로 오 분 거리에 해변 산책로가 있다고 해서 해 질 무렵에 나가봤어.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천천히 걸었는데, 곰돌이가 모래 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앞장서는 모습이 꼭 처음 산책 나온 강아지처럼 설레 보였어. 앞산 등산로는 울퉁불퉁해서 자칫 발목을 접질릴까 봐 신경 쓰였는데, 여기 해변 산책로는 푹신한 모래라 그런 걱정도 없더라. 걷다 보니 벤치가 있는 포인트마다 강아지와 함께 앉아 노을을 보는 사람들이 몇 팀 보였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는 게 왠지 반갑고 따뜻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여행지보다 숙소의 분위기가 반려견의 컨디션을 좌우한다는 거였어. 사실 처음에는 대구 앞산처럼 산책 코스가 좋은 곳만 찾았었는데, 이렇게 하루 종일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전남 애견동반 펜션에서 묵으니 곰돌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밖만 쳐다보고 꼬리를 흔들더라. 일어나자마자 산책 나가자고 조르는 게 아니라, 마당에 나가서 혼자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서 나도 커피 한 잔 천천히 마실 수 있었다.

물론 준비할 것도 있었어. 펜션에 도착하기 전에 근처 대형마트에서 곰돌이 밥과 간식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산책 후엔 발을 닦아줄 수건을 현관에 준비해두었지. 그리고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전남 쪽은 해안가라 일교차가 생각보다 커서 저녁엔 얇은 강아지 옷이나 담요 하나 챙겨 가는 게 좋아. 앞산 등산할 때는 땀을 많이 흘려서 옷이 필요 없었는데, 바닷바람은 해 질 녘부터 확 달라지더라니까.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내린 결론
일요일 오후, 펜션을 나서며 곰돌이를 안았는데 등허리가 전보다 튼튼해진 느낌이었어. 이틀 동안 마당을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해변 모래밭을 달렸으니 그럴 만도 하지. 차에 태우자마자 곰돌이는 창밖 풍경도 안 보려고 하고, 뒷좌석에서 벌써 코를 골며 자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너는 이번 주말이 정말 행복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앞산도 좋고, 가까운 공원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낯선 땅에서 바다 내음을 맡으며 강아지가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는 것도 큰 선물인 것 같아. 다음에는 남쪽 바다가 아니라 서해 쪽으로 방향을 잡아볼까? 전남 애견동반 펜션 중에 노을이 특히 예쁘다는 곳이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곰돌이랑 다음 여행을 계획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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