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갑작스러운 일정 때문에 대전에 다녀왔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보며 ‘이럴 거면 그냥 집에서 뒹굴걸’ 싶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빗소리 덕분에 오히려 한적하고 좋더라. 원래 계획은 대구 수성구 쪽 강아지 산책 코스를 미리 답사해 두는 거였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발길을 대전으로 돌렸다. 그런데 그 덕분에 뜻밖에도 아주 편안한 대전 애견동반 펜션을 발견했다. 여행은 원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낯선 곳에서도 금세 적응하는 녀석
펜션 마당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강아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코를 바닥에 대고 쉴 새 없이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낯선 장소라 긴장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마당을 한 바퀴 돌더라. 실내에 들어가서도 이불 위에 폴싹 주저앉아 세상 편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나까지 덩달아 마음이 놓였다. 평소에는 새로운 곳에 가면 한참을 서성이는 편인데, 바닥이 미끄럽지 않고 방음이 잘 되는지 바깥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서 그런지 금방 자기 자리를 찾았다.

주차는 건물 앞에 두세 대 정도 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짐을 옮기기가 수월했다. 다만 진입로가 살짝 좁아서 초행길이라면 천천히 들어가는 게 좋겠다. 그리고 펜션 앞마당이 넓어서 목줄만 연결해 두면 잠깐씩 산책 대신 놀아주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잔디가 젖어 있으면 발 씻을 수건을 꼭 챙기는 게 좋다. 나는 깜빡하고 안 가져가서 수건 하나로 꽤 애를 먹었다.
비 그친 새벽, 짧지만 진한 산책
다음 날 새벽에는 비가 그쳐서 펜션 근처 길을 잠깐 걸었다. 대전 애견동반 펜션 주변은 조용한 주택가라 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서 목줄을 느슨하게 잡아도 될 만큼 여유로웠다. 우리 강아지는 밤새 내린 비로 촉촉해진 흙 냄새를 맡으며 앞장서서 걸었고, 중간중간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며 ‘빨리 와’ 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 짧은 20분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만족스러운 순간이었다.

사실 원래 목적지였던 대구 수성구 산책로는 이번에 가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범어천이나 수성못 쪽은 강아지랑 걷기 좋다고 익히 들었는데, 다음에는 날 좋을 때 꼭 가볼 생각이다. 그때는 대전 애견동반 펜션에서 하룻밤 묵고 아침에 대구로 이동하는 코스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도시가 생각보다 멀지 않아서 이동 부담도 적다.
아쉬움보다 편안함이 남은 시간
완벽한 여행은 아니었다. 비 때문에 계획이 틀어졌고, 준비물도 몇 가지 빠뜨렸다. 그런데도 이번 대전 여행은 이상하게 후련했다. 강아지가 낯선 곳에서도 편안하게 잠들어 주는 모습, 아침에 조용히 나란히 걸었던 그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하루였다. 다음에는 날씨 좋은 주말을 골라서 대구 수성구 산책 코스를 제대로 밟아보고, 그 근처 애견동반 카페도 몇 곳 들러볼 예정이다. 그때도 아마 이번처럼 계획에 없던 장소에서 더 좋은 기억을 얻지 않을까 싶다. 여행은 늘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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