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끝자락, 서울의 하늘은 유난히 높고 파랗다. 일 때문에 상경한 김에, 그동안 미뤄왔던 ‘서울 애견동반 펜션’에서의 짧은 휴식을 계획했다. 사실 서울에서의 펜션은 처음이라 반신반의했다. 도심에서 벗어난다는 게 어디나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북한산 자락에 자리 잡은 곳이 있더라. 짐을 풀자마자 우리 아이가 바닥을 킁킁거리며 구석구석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니, 이곳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당에서 시작된 한바탕 난리
펜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전용 마당이었다. 사람 키 높이의 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어서 목줄을 풀어줘도 마음이 놓였다. 우리 아이는 잔디 위를 이리저리 구르더니,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쫓느라 정신이 없었다. 몇 바퀴를 뛰었는지, 혀를 길게 빼고 헥헥대는 모습이 그렇게 웃길 수가 없었다. 저녁에는 마당에 설치된 파라솔 아래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아이를 쓰다듬어줬다. 도심의 소음 대신 들려오는 건 바람 소리와 간간이 울리는 풍경 소리뿐이라, 둘 다 모두에게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사람보다 강아지가 더 좋아하는 실내 구조
방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넓은 창가에 놓인 쿠션과, 바닥에 깔린 미끄럼 방지 매트였다. 보통 펜션은 사람 위주로 꾸며져 있어서 강아지가 미끄러워할까 봐 신경이 쓰이는데, 이곳은 처음부터 반려견을 염두에 둔 구조였다. 우리 아이는 쿠션 위에 털썩 주저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되자 방 안의 은은한 조명이 켜졌고, 아이는 제 침대인 양 그 쿠션 위에서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이런 세심함에 혼자 감탄했다. 주차는 건물 바로 앞에 할 수 있어서 짐을 옮기는 수고로움도 덜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아이가 벌써 마당으로 나가자고 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어제 저녁에 먹다 남긴 간식을 챙겨 마당으로 나갔다. 이슬이 맺힌 잔디 위로 맨발로 서 있으니 조금 차가웠지만, 아이가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서울 애견동반 펜션이라고 해서 다 똑같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렇게 아이의 특성을 고려한 곳을 만나니 반가웠다. 이제 집에 가는 길, 차 안에서 아이는 창밖 풍경을 보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듯했다.

다음엔 다른 계절로, 또 오자
짧은 일정이었지만, 아이가 이렇게까지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던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반려견에게 넓은 마당 하나가 얼마나 큰 선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겨울에는 눈이 오면 마당이 더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눈밭에서 같이 뒹굴어보자고, 우리 아이와 약속했다. 차창 너머로 펜션이 점점 작아질 때까지 아이는 창밖을 바라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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