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애견동반 카페 들른 김에 향일암까지, 대구에서 떠난 강아지와의 주말

지난주에 대구 쪽 볼일이 생겨서 반나절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막상 차에 타고 나니 이왕이면 바다 보여주고 오자는 생각이 스쳤다. 예전에 여수 애견동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향일암 근처를 산책했던 기억이 워낙 좋았던 터라, 이번에도 같은 코스로 다시 가보기로 했다. 대구에서 여수까지 두 시간 남짓, 창밖으로 산이 풀리고 바다 냄새가 슬슬 올라오는 구간에서 조수석에 앉아 있던 강아지가 코를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만 봐도 오늘 나들이는 성공이구나 싶었다.

향일암 가는 길, 강아지가 먼저 신호를 보냈다

향일암은 계단이 꽤 많아서 데리고 오르기 부담스러울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입구 쪽부터 완만하게 돌길이 이어져 있어서 발바닥에 무리 없이 걸을 만했다. 절 쪽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이르니 파도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그때부터 강아지가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평소엔 낯선 곳에서 잘 멈춰 서는 녀석인데, 이날은 유독 앞장서서 돌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더라. 바위 틈으로 부는 바람이 좋았는지 몇 번이나 멈춰 서서 코를 들이마시고는 다시 걸었다.

돌길 중간에 쉬어 갈 만한 평상이 몇 군데 있어서 물 한 모금 먹이고 발바닥 상태도 확인했다. 여름이면 바위가 뜨거워질 테니 아침 일찍 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는 향일암 공영주차장에 세우면 되는데, 주말 낮에는 자리가 금방 차니 서둘러 도착하는 편이 마음 편하다. 절 안쪽까지는 동반 입장이 제한되는 구역도 있으니, 그 지점부터는 산책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오는 코스로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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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애견동반 카페에서 잠깐 숨 고르기

향일암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들른 곳이 여수 애견동반 카페였다. 테라스 자리가 넓어서 목줄만 잘 잡아두면 강아지도 답답하지 않게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이날은 바람이 시원해서 실내보다 바깥이 훨씬 쾌적했고, 강아지는 테라스 난간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참 동안 구경하다가 결국 내 발밑에 털썩 누워버렸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는데, 이게 여행이지 싶은 순간이 있었다.

커피 맛이나 인테리어를 따질 단계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강아지가 편하게 쉴 공간이 있다는 점이 반가웠다. 다만 테라스 쪽은 그늘이 적어서 한여름 한낮에는 좀 버거울 것 같았다. 그 대신 오후 늦게 방문하면 바다 쪽으로 빛이 부서지면서 사진도 잘 나오고, 강아지도 훨씬 느긋하게 있어 준다.

여수 애견동반 카페를 한 곳 더 들를까 고민하다가, 이날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이동 거리가 길다 보니 강아지 체력도 생각해야 해서, 한 번에 여러 곳을 도는 것보다 한두 군데를 여유 있게 도는 편이 훨씬 낫다는 걸 여러 번 겪으면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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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돌아오는 길에 강아지는 조수석에서 곧바로 잠들었다. 향일암 계단을 그렇게 신나게 오르내리더니 결국 기진맥진했나 보다. 대구 시내에 도착할 즈음 창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집에 들어가서 발부터 닦아주고 물을 듬뿍 먹였다. 하루 종일 바람 맞고 걸은 날엔 다음 날까지 푹 자는 걸 보면, 이 녀석도 나름대로 여행을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대구에서 여수까지 왕복 다섯 시간 남짓, 짧다면 짧은 일정이었지만 바다 보고 돌계단 오르고 카페에서 멍하니 앉아 있던 시간까지 다 합치면 꽤 알찬 하루였다. 다음엔 대구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다른 해안 산책로도 한번 개척해볼 생각이다. 강아지가 또 차에 올라탈 때부터 코를 벌름거리면, 그때는 망설임 없이 출발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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