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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유난히 꽃샘추위가 길었던 3월의 끝자락이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따뜻한 햇살에 나는 우리 아이(미니어처 푸들, 이름은 ‘토리’)의 가슴줄을 다시 한번 조여 매고 차에 올랐다. 사실 이번 여행은 전남 애견동반 펜션을 찾던 중 우연히 알게 된 경주 보문호로의 짧은 드라이브였는데, 정작 우리가 묵은 숙소는 전남의 한적한 골짜기에 있어서 하루는 보문호를, 하루는 숙소 주변을 누비는 알찬 계획을 세웠다. 토리가 처음으로 장거리 차를 타는 날이라 내심 긴장됐지만, 창밖으로 지나가는 벚꽃 터널을 보는 순간 그 걱정은 사라졌다.
보문호의 바람, 토리의 첫 자유
보문호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토리가 창문을 긁으며 밖을 보자고 보채는 통에, 가방만 챙겨서 바로 호숫가 산책로로 향했다. 호수 바람은 생각보다 제법 쌀쌀했지만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구간이 많아서 겉옷을 벗어도 될 정도였다. 산책로는 넓고 평탄해서 유모차를 끄는 가족들도 꽤 보였고, 강아지와 함께 걷는 반려인들이 제법 많아서 토리도 낯선 환경에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
흥미로웠던 건 토리의 행동이었다. 평소 동네 산책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냄새만 맡느라 바쁜데, 이날은 호수 위로 반짝이는 햇살을 보고는 고개를 들어 멍하니 바라보더니, 이내 앞발을 쭉 뻗고 드러누워 버렸다. 마치 “여기 봐, 나 이 풍경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는데 내내 웃음이 나왔다. 호숫가 벤치에 앉아 토리에게 물을 먹이고, 우리도 구운 달걀을 하나씩 까 먹으며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조용한 호수와 바람, 그리고 옆에서 코를 골며 낮잠을 자는 강아지 한 마리. 그 평화로움이란.
전남의 숙소, 골짜기에서 만난 아늑함
저녁이 되자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전남으로 향했다. 사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이날 밤 묵을 전남 애견동반 펜션이었다. 인터넷 후기만 보고 무작정 예약한 곳이라 조금 불안했는데, 골짜기 끝자락에 자리 잡은 그 펜션은 마당이 넓고 잔디가 푹신해서 토리가 마음껏 뛰어놀기 좋았다. 방 안에는 강아지 전용 담요와 물그릇, 간식까지 준비되어 있었고, 욕실에 미끄럼 방지 매트가 깔려 있는 세심함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밤이 되자 주변은 완전히 고요해지고 별이 쏟아질 듯 반짝였다. 우리는 데크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토리와 함께 별을 바라봤다. 토리는 낮의 신나는 산책 덕분인지 제법 일찍 지쳐서 내 무릎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잠들었다. 그 순간, 전남 애견동반 펜션을 찾느라 밤늦게까지 검색했던 지난주가 떠올랐다. 결과적으로 너무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다음에 또 올 기회가 있다면 이번에는 여름에 와서 마당에서 물놀이를 시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행의 끝,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며
이틀간의 일정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갔다. 돌아가는 길, 차 뒷좌석에서 토리는 창밖 풍경을 구경하다가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마도 꿈속에서도 보문호 바람을 쐬고 있을 게 분명했다. 사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은 멋진 풍경도, 맛있는 식사도 아니었다. 토리가 낯선 곳에서도 편안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더 많은 곳을 함께 다닐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컸다. 다음 목적지는 바다가 보이는 동해안으로 정했다. 그곳에서도 토리가 또 어떤 새로운 표정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여행은 언제나 그렇듯, 돌아오는 길에 다음 여행을 꿈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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