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날, 나는 대전 갑천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다. 다음 날 떠날 제주 여행이 자꾸 마음에 걸려서였을까. 갑천 물길을 따라 걷는 강아지의 발걸음이 유난히 느긋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도착한 제주에서, 나는 예약해둔 제주 애견동반 펜션에 짐을 풀었다. 갑천에서의 산책이 워낙 좋았던 터라 제주에서도 비슷한 여유를 기대했는데, 이 펜션은 그 기대를 조용히 저버리지 않았다.
제주 애견동반 펜션, 첫날의 공기
펜션 마당에 들어서자 강아지가 먼저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갑천 산책로에서 늘 하던 습관대로 코를 바닥에 대고 이리저리 누비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제주 특유의 바람이 마당을 가로지를 때마다 귀를 쫑긋 세우고 서쪽 하늘을 바라보던 게 인상적이었다. 숙소 앞 돌길은 생각보다 평평해서 산책 나가기 편했고, 주차 공간도 넉넉해서 차에서 짐을 내리는 동안 강아지가 마당을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다. 다만 저녁 무렵에는 펜션 근처 조명이 적어서 목줄을 조금 짧게 잡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천을 닮은 제주의 산책로
제주에서도 아침마다 산책을 나섰다. 갑천처럼 넓은 물길은 없었지만, 펜션에서 차로 조금만 나가면 조용한 오름길이나 해안 산책로가 이어져서 강아지가 지루할 틈이 없었다. 특히 바람이 강한 날에는 강아지가 모래 위를 걸을 때 발을 살짝 들썩이는 버릇을 보였는데, 갑천의 자갈길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던 게 떠올라 웃음이 났다. 이번 여행에서 다시 확인한 제주 애견동반 펜션의 매력은, 숙소 자체가 산책의 출발점이 되어준다는 점이었다. 아침에 목줄만 채우면 바로 걷기 좋은 길이 나오니 반려인 입장에서는 참 편했다. 산책 후 돌아와 마당에서 발을 씻기고 물을 마시게 하는 작은 루틴이 사흘 내내 이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남은 것
제주를 떠나는 날, 강아지는 차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오래 바라보았다. 갑천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이번 여행은 화려한 관광지보다 숙소 주변을 천천히 걷는 데 집중했는데, 그 덕분에 반려견과의 속도에 맞춰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다음에는 갑천 산책로를 좀 더 길게 걸은 뒤 다시 제주로 향해볼 생각이다. 계절이 바뀌면 또 다른 공기와 길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때의 산책도 지금처럼 담백하게 기록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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