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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지자마자, 충남에 사는 친구가 급히 전화를 걸어왔다. “보문호에 개랑 가본 적 있어? 여기 괜찮은 데 있는데.” 순간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충남에서 경주 보문호라니, 내가 아는 그 보문호가 맞나? 알고 보니 충남 예산에도 보문호가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마침 주말에 비 소식이 없다기에, 우리 집 더운 숨을 헐떡이는 털복숭이 녀석과 함께 차에 올랐다.
가을 빛을 담은 호숫길
도착하자마자 내린 차 문 밖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보문호는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주변을 에워싼 은행나무 길이 온통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우리 집 강아지는 처음 보는 풍경에 귀를 쫑긋 세우고, 코를 땅에 대고 쉴 새 없이 킁킁거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났다. 평소엔 집에서만 낮잠 자던 녀석이, 이렇게 야외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걸 보니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숫가를 따라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고, 곳곳에 벤치가 놓여 있어 중간에 쉬기에도 좋았다. 주차장은 넉넉했지만, 주말 오후에는 차가 꽤 들어차니 오전 일찍 오는 게 낫겠다. 강아지는 물가에 닿으려고 발을 내밀다가 갑자기 멈칫하더니, 뒤로 물러서며 나를 쳐다봤다. 찬물이 싫었나 보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얌전하네”라며 혼잣말을 했다.
반려견과 함께라면 더 특별한 풍경
산책을 마치고 호수 옆 카페에 들렀다. 테라스 자리가 반려견 출입이 가능해서, 우리는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는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강아지는 테라스 난간 사이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호수 위에 비친 구름을 바라봤다. 다른 반려인들도 저마다 강아지와 함께 여유를 즐기고 있어서, 분위기가 참 평화로웠다.

다만 한 가지, 주변에 반려견 전용 매트나 배변 봉투함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미리 챙겨가는 게 필수다. 나도 깜빡하고 안 가져왔다가, 차에 있던 비닐봉지를 급히 뜯어 썼다. 이런 작은 불편이 있긴 했지만, 호수와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 앞에서는 모든 게 용서되는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해가 저물 무렵, 강아지는 차에 오르자마자 뒷자리에서 골골대며 잠이 들었다. 아마 오늘 하루 종일 신나게 뛰어다닌 보람이 있었나 보다. 충남에서 경주 보문호를 만난 건 우연이었지만, 반려견과 함께라면 어디든 새로운 발견이 있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다음 주말엔 다른 호숫가를 찾아볼까? 그때는 배변 봉투를 꼭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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