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제주에서 찾은 아지트, 제주 애견동반 펜션의 기억

올봄, 제주에 다녀왔다. 사실 날씨가 썩 좋지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후드집업을 꺼내 입을 정도로 바람이 쌀쌀했고, 오후가 되자 빗방울이 후두두 떨어지기 시작했다.

“에구, 이러면 밖에서 뛰어놀지도 못하겠네.”

우리 강아지 뭉치가 차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작게 하품을 했다. 여행 첫날부터 비라니, 살짝 속상했다.

그래도 우리에겐 숙소가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하다는 제주 애견동반 펜션. 평소에는 반려견 동반 숙소를 예약할 때 위치나 가격 위주로 고르는데, 이번에는 정말 ‘개를 위한’ 곳이라는 후기를 보고 골랐다.

도착하자마자 현관문을 열자, 뭉치가 눈을 반짝이며 실내로 뛰어들었다. 방 안에는 강아지 전용 미니 침대와 간식이 놓여 있었고, 베란다가 텃밭처럼 널찍하게 트여 있었다. 비가 와서 밖으로 나가지는 못했지만, 문을 살짝 열어두자 바람이 들어오면서 풀 냄새가 실내를 채웠다. 뭉치는 문틈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느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게 진짜 반려동반 여행의 의미구나 싶었다. 비가 와도, 일정이 꼬여도 개가 편안해하는 공간 하나면 모든 게 괜찮아진다.

마당이 있는 카페, 그곳이 제주

비가 잠시 그친 오후, 근처에 있는 성남 반려견 카페로 발걸음을 돌렸다. 처음에는 ‘성남’ 하면 경기도를 떠올렸는데, 제주에도 동명의 지역이 있더라.

카페는 생각보다 아담했다. 하지만 마당이 꽤 넓어서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바닥이 인조잔디가 아니라 천연잔디라서 발바닥이 덜 미끄러웠다. 뭉치는 마당 한가운데서 다른 강아지들을 만나 꼬리를 흔들며 인사하고, 잠시 후엔 바닥에 난 작은 웅덩이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장님이 직접 내려주는 수제 간식도 인상적이었다. 강아지용 닭가슴살 쿠키와 함께 주인인 나에게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따라왔다.

“여기 처음 오셨죠? 저희 마당이 비 오는 날에도 물 빠짐이 좋아서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사장님의 말에 안심이 됐다. 사실 비 온 뒤 마당은 진흙탕이 되기 쉬운데, 여긴 배수가 잘 되어 있어서 뭉치가 흙 범벅이 될 걱정이 없었다. 그 덕에 나는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뭉치가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있었다.

여행의 마무리는 역시 숙소에서

날이 저물자 다시 펜션으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펜션 앞 작은 산책로를 걸었다. 비는 완전히 그쳤고, 공기는 촉촉하고 시원했다. 뭉치는 젖은 풀 냄새를 맡으며 한참을 걸었다.

돌아와서는 방 안에서 함께 뒹굴었다. 뭉치가 내 무릎 위에 털썩 주저앉아 잠이 들었다. 낮 동안 마당에서 뛰어놀고, 카페에서 다른 강아지를 만나고, 산책까지 했으니 꽤 지쳤나 보다.

이번 제주 여행은 날씨 덕분에 계획이 틀어지긴 했지만, 오히려 그 덕에 제주 애견동반 펜션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비 오는 날에도 개가 신나게 놀 수 있는 마당, 그리고 편안한 공간. 이 모든 게 한 번에 해결되는 숙소는 흔치 않다.

다음에 또 제주에 오게 된다면, 꼭 이곳을 다시 찾을 거다. 그때는 맑은 날에 와서 마당에서 돗자리를 깔고 뭉치와 함께 오래도록 누워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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