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부산엔 왜 왔을까. 사실 처음부터 계획된 여행은 아니었다. 친구가 “우리 애랑 같이 갈 수 있는 펜션 예약했는데, 네 강아지도 데려와”라고 말한 게 전부였다. 그래, 부산에서 강아지와 함께할 수 있는 숙소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바로 짐을 챙겨서 KTX에 올랐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부산에 있는 동안 설악산에 다녀오자는 무모한 제안이 나왔다. 강아지 등산? 내 꼬물이(말티즈, 4kg)는 평소 산책도 30분 넘기면 앉아서 버티는데,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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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착, 그리고 반려견 동반 펜션에서의 첫날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묵은 곳은 해운대 근처의 작은 부산 애견동반 펜션이었다. 이름하여 ‘멍멍하우스’인데, 사실 인터넷에서 후기를 보고 급하게 예약한 곳이라 기대를 안 했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놀랐다. 방 안에 작은 강아지 전용 침대와 장난감 바구니, 그리고 마당에는 펜스가 쳐진 잔디밭이 있었다. 내 꼬물이는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바닥에 대고 냄새를 맡더니, 갑자기 엉덩이를 흔들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평소 집에서는 쇼파에 엎드려만 있던 녀석이, 처음 보는 공간에서 저렇게 자유로워지다니. 나는 마당 벤치에 앉아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펜션 주인 아주머니가 건네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주머니는 “우리 집 강아지도 저기서 처음엔 쭈뼛거렸는데, 지금은 주인 바뀌는 줄 알아요”라며 웃었다. 이런 따뜻한 분위기가 반려견 동반 여행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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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강아지 등산: 준비와 실제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설악산으로 향했다. 사실 부산에서 설악산까지는 차로 두 시간 반 정도 걸렸다. 나는 꼬물이를 위해 작은 배낭에 물그릇과 간식, 그리고 접이식 물통을 챙겼다.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을 때, 다른 등산객들은 우리를 보고 신기한 듯 쳐다봤다. “저 작은 강아지가 저길 오른다고?”라는 눈빛이었다. 나도 반신반의했지만, 꼬물이는 리드 줄을 잡아당기며 앞서 가기 시작했다.
처음 30분은 순조로웠다. 꼬물이는 돌계단을 폴짝폴짝 뛰어오르고, 바위 틈에 난 풀 냄새를 맡느라 바빴다. 그런데 중간쯤 올랐을 때, 갑자기 주저앉아 버렸다. 네 발을 쭉 뻗고, 혀를 길게 빼서 헥헥거리면서 내 눈을 빤히 쳐다봤다. “아, 이제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배낭에서 물을 꺼내 그릇에 따라 주고, 간식을 한 개 까서 코 앞에 흔들었다. 그러자 꼬물이가 일어나서 간식을 받아 먹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등산이 아니라 간식을 향한 행진이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천천히, 쉬엄쉬엄 가는 게 반려견과의 등산에서 가장 중요한 법이니까.
정상에 도착했을 때,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꼬물이는 내 품에 안겨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귀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그 순간,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눈이 반짝이고, 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피곤했지만, 녀석도 이 풍경을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꼬물이는 내 배낭 속에서 골아 잠들었다. 발바닥이 빨개져 있었지만, 다친 곳은 없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다시 부산 애견동반 펜션으로 돌아와서 마당에서 바비큐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꼬물이는 잠들기 전에 마당 한바퀴를 또 돌고, 내 발치에 와서 엎드렸다. 아마도 “오늘 재밌었어, 내일도 이렇게 놀자”는 뜻이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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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행의 마무리, 그리고 다음 목적지
부산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광안리 해변을 걸었다. 꼬물이는 모래사장에 발을 담그는 걸 무서워했지만, 파도가 밀려오면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 귀여웠다. 해변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반려견과의 여행은 완벽한 계획보다는, 그 순간순간의 작은 반응들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꼬물이가 처음으로 등산을 해내고, 처음으로 바닷가를 걷고, 낯선 펜션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던 기억. 이 모든 게 부산에서의 특별한 선물이었다.
다음엔 어디로 갈까. 꼬물이와 함께 또 다른 길을 걸을 생각에 벌써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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