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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은 유난히 꽃샘추위가 길더니, 갑자기 하루아침에 훅 따뜻해졌다. 창밖으로 햇살이 참하고 쏟아지길래, 집에만 있기엔 아까운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눈여겨보던 세종 애견동반 펜션에 예약을 하고, 우리 집 댕댕이 ‘나무’와 함께 짐을 꾸렸다. 사실 세종까지 가는 길, 나무는 차 안에서 하루 종일 창밖만 쳐다보며 꼬리를 흔들었다. 벌써부터 어디로 데려가는지 아는 눈치다.
갑천, 도시 속에 숨 쉬는 물길
대전 갑천은 세종에서 차로 30분이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다. 처음 가는 길이라 네비게이션을 의지했는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광활한 둔치가 눈 앞에 펼쳐졌다. 도시 한복판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넓다. 주차장도 넉넉하고, 진입로도 완만해서 유모차나 강아지가 걷기에 참 좋은 환경이다.
나무를 리드줄에서 풀어주자, 한껏 긴장했던 몸이 확 풀리는지 하늘 높이 뛰어오르며 뛰기 시작한다. 풀 냄새를 맡고, 물가를 따라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뒷모습이 참 자유로워 보였다. 나는 천천히 따라가며 강바람을 쐬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도심 속에서 이렇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꽤 큰 행운이다.
중간에 벤치에 앉아 쉬는데,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나무를 쓰다듬으며 “참 사람을 닮았네” 하신다. 그런 말 들을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오면 낯선 사람들과 나누는 말 한마디가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갑천은 반려견 동반 자체가 자유로운 편이라,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펜션에서 만난 조용한 하룻밤
저녁이 되자 세종으로 다시 올라와 세종 애견동반 펜션에 짐을 풀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나무는 바닥에 코를 대고 구석구석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다. 넓은 마당이 딸려 있어서 저녁에 산책 삼아 한 바퀴 돌기에 딱 좋았다. 밤공기가 아직 쌀쌀해서 나무에게 따뜻한 옷을 입혀 주고, 마당에서 잠깐 공놀이를 했다.
사실 애견동반 펜션은 어디나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조금 달랐다. 수건이나 침구에서 강한 향이 나지 않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게 처리되어 있어서 강아지가 뛰어다녀도 안심이 됐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나무도 내 옆에서 포근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괜히 여행을 왔다는 게 뿌듯해졌다.

두 번째 아침, 다시 갑천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피곤할까 봐 조금 늦은 시간에 다시 갑천으로 향했다. 오전 공기는 더 맑고, 사람도 오후보다 한적하다. 나무는 어제 길을 기억하는지 자기가 먼저 앞서 걸으며 물가로 안내한다. 강아지의 기억력이 이렇게 좋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오늘은 조금 더 깊숙한 둔치 쪽까지 걸어가 봤다. 버드나무가 늘어선 길을 따라 걷는 게 마치 시골 강가를 걷는 기분이었다. 길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물고 온 나무를 보며, 이런 소소한 행복을 위해 오늘도 이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니는구나 싶다.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도 함께 가벼워진다.
세종에서의 이틀은 참 느리게 흘러갔다. 도시의 속도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강아지의 속도에 맞춰 걷는 시간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알게 해준 여행이었다. 다음에는 가을에 다시 와서, 갑천 둔치에 억새가 핀 풍경을 보며 또 걷고 싶다. 그때는 나무도 벌써 한 살을 더 먹어, 조금은 더 차분한 산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뛰어다니는 지금의 모습이 제일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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