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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여행은 계획에 없던 거였어. 주말 내내 꿀꿀하던 날씨가 금요일 저녁이 되자 갑자기 하늘이 맑게 개더라고. 창밖으로 보이는 노을이 너무 예뻐서, 그냥 있기가 아까웠어. 그래서 바로 가방을 싸기 시작했지. 나리에게 “우리 어디 좀 다녀올까?”라고 말하자, 얘가 내 다리를 슬쩍 긁으면서 꼬리를 흔들더라고. 그렇게 우리는 세종으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어. 세종 애견동반 펜션 중에 마당이 넓은 곳으로 하나 골랐는데, 도착하자마자 나리가 현관문 앞에서부터 킁킁거리며 코를 벌름거리던 게 아직도 생생해.
마당에서 시작된 낮잠과 바람의 맛

펜션 마당에 발을 디디는 순간, 나리가 평소와 완전히 달라졌어. 도시에서는 볼 수 없던 여유로운 걸음으로 잔디를 천천히 밟더니, 이내 엎드려서 바람 냄새를 맡는 거야. 바람이 불 때마다 귀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모습이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편안해 보였어. 나도 그 옆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노을을 바라봤지. 아이가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왜 사람들이 애견동반 여행을 자꾸 다니는지 알 것 같았어. 저녁이 되자 기온이 뚝 떨어졌는데, 펜션 주인분이 미리 준비해주신 온수가 방 안에 있어서 나리 물그릇에 따뜻한 물을 섞어 줬더니 아주 잘 마시더라.
아침 산책, 수목원 길을 걷다
다음 날 아침, 펜션에서 차로 십 분쯤 걸리는 작은 수목원에 다녀왔어. 입구에 강아지 동반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보고 안심했지. 가을비가 지나간 뒤라 흙길이 촉촉했는데, 나리가 그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걸었어. 낙엽 위를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놀라며 깡충깡충 뛰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어. 중간중간 벤치에 앉아 쉬면서 보니, 나리도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더라. 그런데 잠시 후 얘가 갑자기 뛰어가더니, 저만치 떨어진 나무 밑동에서 뭔가를 열심히 파고 있는 거야. 아마 다람쥐 흔적이라도 맡은 모양이지. 그 모습을 보며 혼자 웃음이 났어. 주차장이 넓어서 짐 내리기도 편했고, 곳곳에 음수대가 있어서 나리 물 챙겨 다니기도 수월했어.

다시 돌아온 펜션, 저녁의 온기
수목원을 나와 펜션으로 돌아오는 길, 나리가 차창 밖을 보며 조용히 앉아 있었어. 아마 좀 피곤한가 봐. 방에 들어가자마자 제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서는, 곧 코를 골며 잠이 들었지.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어. 세종 애견동반 펜션에서 보낸 하루가 이렇게 짧게 느껴질 줄이야. 저녁에는 펜션에서 제공하는 바비큐 그릴을 빌려서 고기를 구웠는데, 나리가 냄새를 맡고 일어나서 내 발치에 붙어 있더라. 그냥 그렇게 앉아 있기만 해도 좋았어. 고기 굽는 연기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 별이 유난히 또렷했어.
이번 여행은 특별한 코스가 없었는데도, 나리의 표정 하나하나가 다 기억에 남아. 세상 모든 강아지들이 이런 자유로운 바람을 맡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다음에는 나리가 물놀이를 좋아하니까 근처 강변에 있는 다른 세종 애견동반 펜션도 찾아봐야겠어. 아직도 차 안에서 나리가 꿈을 꾸는지 발을 움찔거리며 자고 있어. 이제 집에 가서 따뜻한 물로 발이라도 닦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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