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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서 살다 보면 바다가 늘 먼 곳에 있다. 그런데 올여름, 왠지 모르게 완도행 버스를 타고 내려가고 싶어졌다. 아마도 친구가 보내준 사진 한 장 때문이었을 거야. 완도의 어느 작은 해변에서 강아지가 파도에 놀라는 표정 없이 첨벙거리는 모습이었는데, 그 순간 내 강아지도 꼭 그런 웃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완도로 향했고, 그곳에서 만난 바다는 우리에게 전남 강아지 수영장 그 이상의 선물 같았다.
파도에 처음 발을 담그던 순간
우리 강아지는 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어. 목욕만 해도 욕조에서 벌벌 떨던 애였으니까. 그런데 완도의 해변에 도착해서 모래 위에 발을 내려놓는 순간, 눈빛부터 달라졌어.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고, 두리번거리다가, 어느 순간 파도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더라. 발이 좀 젖었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

바다는 생각보다 잔잔했고, 물빛은 에메랄드빛에 가까울 정도로 맑았어. 모래사장도 넓어서 사람들 사이 간격이 넉넉했고, 덕분에 강아지가 자유롭게 뛰어놀기 좋았어. 주차장에서 해변까지 걸어오는 길이 조금 가파르긴 했지만, 그 풍경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어. 강아지가 파도에 몸을 맡기고 헤엄치기 시작했을 땐, 마치 어릴 적 처음 수영장에 들어갔을 때의 설렘을 다시 느끼는 것 같았어.
물놀이가 끝나고, 완도의 조용한 오후
물놀이를 마치고 나서 해변 근처의 작은 카페에 들렀어. 야외 테이블에 앉아 강아지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도심에서 마시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어. 강아지는 젖은 털을 햇볕에 말리며 내 옆에 누워 있었는데, 눈을 반쯤 감고 바람을 맞는 표정이 너무 평화로워서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어.
카페 주인분이 강아지에게 물그릇을 챙겨주시고, “이 근처엔 또 다른 조용한 해변이 있다”고 알려주셨어. 다음에 또 오게 되면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날 오후는 해변 근처 작은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어. 완도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정겨운 곳이었고, 강아지와 함께 걷기 좋은 길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

돌아오는 길에 남은 것들
경기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잠들었어. 아마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아서 지쳤나 봐. 그 모습을 보면서, 여행이 늘 먼 곳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완도처럼 조용한 바다 마을에서 강아지와 함께 보낸 하루는, 어느 화려한 리조트보다 우리 두 부자에게 오래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됐어.
다음엔 언제 또 완도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날의 파도 소리와 강아지의 웃는 얼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바다가 좋은 계절이 다시 오면, 그때는 또 다른 해변을 찾아 떠나고 싶어. 강아지가 처음으로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날처럼, 우리의 여행은 계속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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